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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펀드 손실 선지급’ 속내 복잡한 은행들

[취재뒷담화]‘펀드 손실 선지급’ 속내 복잡한 은행들

기사승인 2020. 0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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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라임펀드·이태리 헬스케어 펀드·디스커버리펀드’

최근 은행들을 힘들게 하는 ‘키워드’입니다. 은행권은 이들 파생상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에게 손실을 선보상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임펀드 1조7000억원, 이태리 헬스케어펀드 1300억원, 디스커버리펀드 2000억원 규모가 판매됐고, 상당 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판매은행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에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더해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펀드 상품을 만든 장본인이 아니지만 판매사로서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요구가 너무 과하다는 호소를 내놓기도 합니다.

물론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높은 수익률이나 안전성을 강조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은행들이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드러나거나 손실율이 확정된 상황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도 투자자들의 분쟁 제기를 취합하고 있을 뿐 별도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선보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선지급이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비조치의견서까지 은행에 전달하며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최근 라임 환매중단 펀드와 관련해 손실액의 30%와 펀드평가액의 75%를 선지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또 이태리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선보상안을 마련했고, 기업은행도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판매액 일부를 선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은행들도 불만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은행들의 문제가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은행에 선지급을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상품에 문제가 있다면 상품을 만든 곳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책임을 은행이 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책임 원칙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이 보상해주기 때문이죠.

상품을 만드는 자산운용사와 이를 판매하는 은행, 그리고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투자자. 상품 구조 자체가 잘못됐다면 운용사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또 1차적으로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일련의 펀드 사태가 자본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지, 되레 뒷걸음질 치게 할지 금융당국 중재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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