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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동킥보드·보행자·자동차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칼럼] 전동킥보드·보행자·자동차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사승인 2020. 06.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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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대표님
최영우 올룰로 대표/제공=올룰로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영국에서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한 ‘붉은 깃발법’을 제정했다. 차의 최고 속도를 3km/h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들면 차가 뒤를 천천히 따르도록 한 이 법은 규제로 인해 신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역사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 당시 도로의 불청객이었던 자동차는 마차가 차지하던 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다.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자동차는 도로의 주인이 됐다. 그동안 도시는 자동차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이는 너무나도 정교하게 발전해 사람들은 정해진 신호에 따라 허용된 도로에만 발을 들일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차는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데, 미세먼지의 52%, 질소산화물의 48%가 자동차에서 발생한다. 또한 시민들은 도시의 대표적인 공해인 자동차 소음에도 노출돼 있다.

자동차가 보행자의 통행권을 제한하고 도시 문제를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규칙을 만들어 공생하고 있다. 우리들은 보행자임과 동시에 자동차를 이용하는 운전자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보행자의 길을 분리하고 자동차에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도시에 적합한 형태로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

승용차를 혼자 이용하는 나홀로 차량의 비율은 80%를 넘는다. 이는 승용차가 1인용 이동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승용차의 에너지 사용·도로에서 차지하는 공간 측면에서 보면 1인을 이동시키기 위해 사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최근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수단이 도시의 1인 이동 문제를 해결할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 한 개 차선의 절반만 전동킥보드가 통행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에서는 더 빠른 이동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동차에 비해 주차 제약이 덜해 보관도 용이하다.

그러나 100여 년 전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전동킥보드 역시 현재 도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자동차의 흐름에 방해가 되고 심지어 보행자에게도 위협적이다.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통과로 6개월 뒤에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 도로 실정상 전동킥보드는 보행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보행자는 안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전동킥보드 역시 이를 존중해야 한다.

지금 전동킥보드에 필요한 것은 자전거도로 그 자체다. 도시의 차를 줄이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전거도로 확보가 필요하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과 수요가 증가하면 통행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반대로 전동킥보드 산업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개인형 이동수단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지금이 자전거도로를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도시화는 계속될 것이며, 지금의 도시 형태로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늘어나는 차를 수용하기 위해 차도를 확대하고, 주차장이 부족하면 주차장을 늘리는 식으로는 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이동수단을 받아들이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도시는 이를 위한 공간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가 태동하던 시기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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