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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본’ 廳 승격, 전문·독립성·권한 강화돼야

[사설] ‘질본’ 廳 승격, 전문·독립성·권한 강화돼야

기사승인 2020. 06. 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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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질본)의 청(廳) 승격을 입법예고했던 정부가 청 승격과 함께 질본의 조직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8일 원점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질본의 청 승격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돼 검토돼 왔다. 정부는 그 후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질본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감염병연구소 포함)을 보건복지부산하로 옮길 것 △복지부에 질병관리청을 관리 지휘할 차관직 신설을 내용으로 한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했었다.

질병관리청 승격은 청장이 인사와 예산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독립성이 보장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기능이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전문성과 독립성을 빼앗아가 당초 목표로 했던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등 질병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또 연구원의 인원 127명과 예산 1420억원(올해 기준)도 복지부가 차지해 질병관리청은 단지 복지부 지시에 따라 방역활동만 하는 수족기능만 갖게 될 우려가 있다. 특히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산하에 두면 감염병에 대한 사전 연구보다 복지부 출신의 자리 채우기 조직으로 전락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복지부의 신설된 차관의 관리감독까지 받는다면 질병관리청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복지부가 이번 질본의 청 승격을 빌미로 차관직을 늘리는 등 밥그릇만 챙기려든다는 말이 나온다. 질본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감염병 전문기관으로서 국내외에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질본이 ‘힘’이 없는 데다 사공이 많은 탓에 간섭을 많이 받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을 위한 총지휘본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과 권한을 강화하는 새로운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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