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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의 순환을 이해하고 가뭄에 대비하자

[칼럼] 물의 순환을 이해하고 가뭄에 대비하자

기사승인 2020. 06.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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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프랑스의 석학 에릭 오르세나는 그의 저서 ‘물의 미래’(2009년)에서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했다. 그는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으로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의 가장 큰 특징은 순환한다는 것이다. 공장 가동, 상수도 공급, 생활하수, 경작지로의 관개와 같은 인간의 활동이 물 순환에 영향을 주고, 변화된 물 순환계가 생태계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인간과 물 순환계는 역동적인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 하천, 계곡, 강, 호수와 저수지에 존재하는 지표수가 산림과 토양을 통해 땅속으로 스며들고 여과돼서 지하수가 형성되고 다시 생태계 내에서 계속 순환한다.

자연적인 순환 과정에 의해 공급되고 유지되는 특성 때문에 물을 무한한 자원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적 측면을 고려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 지하수의 경우 한 번 사용한 물이 다시 지하수로 채워지는 데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더군다나 기후변화에 따라 강우량 및 증발량과 같은 물 순환계 구성인자가 변화하면 물 순환계가 교란돼 지구촌 곳곳에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UN 등에서 발표한 연구 및 보고서들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해마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수년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2012년에 104년 만의 가뭄에 이어 2015년에는 가뭄 피해가 최고조에 달했다. 2015년 6월, 계속되는 가뭄으로 북한강 상류 소양강댐 수위가 1973년 댐을 준공한 이후 역대 최저치인 152m를 기록하며 바닥을 드러냈다. 2015년과 2017년에 보령, 서천, 당진, 태안 등 충청남도 서부권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수백억원의 긴급예산이 투입되기도 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이 순환하면서 시공간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함으로써 물 순환계를 구성하는 강우량, 증발량, 토양수분, 하천 유출량 등과 같은 다양한 인자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지역마다 다른 물 순환 특성 및 복잡한 물 이용체계를 이해함과 동시에 물 순환계의 일부 변화가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가뭄 시 그 지역의 ‘가용한 수자원이 어느 정도인지? 물 부족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중소하천 가뭄 대응을 위한 수자원 평가 및 예측’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가뭄 대응력이 높은 대형 다목적댐 주변지역과는 달리 가뭄에 매우 취약한 중소하천을 대상으로, 6개월 이내의 수자원의 변동량을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이들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했을 때 적재적소에 필요한 맞춤형 가뭄 비상 대응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국내기술로 개발된 수자원평가모형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를 통해 2019년부터 193개 회원국에 보급을 시작했고, 개발도상국의 수자원 관리를 위한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환경부의 유역별 수자원 관리 및 지자체의 가뭄 대응에 필요한 기초 정보로도 활용될 것이다.

가뭄으로 인한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 순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신뢰도 높은 가용 수자원량 및 물 부족 위험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국민의 관심으로 가뭄에 대비하고, 인류 최후의 자원인 물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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