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장용동 칼럼] 부동산 ‘규제의 역설’ 분양권부터 막아라

[장용동 칼럼] 부동산 ‘규제의 역설’ 분양권부터 막아라

기사승인 2020. 06. 18.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장용동 대기자
서울 수도권 및 광역시 주택시장이 재차 달아오르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갭(gap)투자와 분양권 전매 등의 가수요가 극성을 부리면서 비수기 여름 시장이 뜨겁다. 주택시장은 전세와 매매시장, 재고와 신규 시장 간에 시간 격차를 두고 서로 상관성을 가지는 이른바 커플링(coupling)현상이 강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전세시장이 선움직임을 보이면 후행으로 매매시장이 활성화된다. 지난 1988년을 비롯해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3차례의 집값 폭등기때마다 전세난 → 전세가 상승 → 매매가 상승 순서로 연쇄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또 이 같은 재고주택시장의 움직임이 신규분양시장으로 전이되면서 분양시장 과열을 불러오는 순환 속성을 가진다. 가격이 오르게 되면 실수요 외에 자연히 가수요가 극성을 부리기 마련이며 이를 제압(?)하기 위한 정부의 강한 규제가 연이어 나오면서 시장은 급격히 수축국면에 들어가는 게 주택시장의 일반적인 사이클이다.

때문에 정부의 한발 앞선 대응이 중요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지 못하고 현상에만 매달릴 경우 정책은 백약이 무효다. 시장은 달려가는데 대책이 뒷북이라면 효과는커녕 도리어 투기를 조장, 가수요를 불러들이는 꼴이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추가 대책이 나올수록 규제의 역설로 부작용만 낳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출발한 재고주택시장 활황세가 강북, 수도권, 지방광역시를 돌면서 계단식 상승을 가져온 것이나 신규시장이 과열되면서 수백 대 1의 청약경쟁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결국 정부 뒷북 정책 탓이다. 찍어서 몇 군데를 청약조정지역이나 과열지구로 지정하면 인접지로 옮아 붙을 게 뻔하다. 또 8월부터 분양권 전매 제한을 한다면 당연히 그 이전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분양권은 이를 호재 삼아 전매가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99.3 대 1에 달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데 이어 인천, 경기 지역도 2배 이상 경쟁률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요인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높은 청약 경쟁률은 바로 분양권 프리미엄으로 이어진다. 모델하우스 주변마다 분양권 전매층이 장사진을 이루고 실제 수천만원대의 웃돈이 오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천만원의 불로소득이 보장되는데 분양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다보니 가수요는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된다. 정부가 유발한 규제의 역설이자 그 함정에 정부가 빠진 꼴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만 해도 그렇다. 입주 후 5년 동안 거주가 의무화되는 조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한제 적용시점인 7월 말 이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한다. 다소 싸게 분양받는 것보다 5년 거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수요층이다. 결국 정부가 가수요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9억 원 이상 대출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싼 6억 원대 아파트에 집중, 결국 저가 아파트까지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는 재차 갭투자의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에 큰 오류가 있다는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소수가 밀실에서 만들어 내는 대책은 허점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또 철학 없는 규제 남발도 문제지만 시행과 종료 경계선은 더욱 문제다. 특히 자산시장 특성상 현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분양권 시장만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조기에 확실히 매듭지어도 분양시장 과열과 투기는 사그라지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한층 손쉬워질 것이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운운하기 이전에 분양 시장의 투기화와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시행하는 게 우선이다. 주택건설업계의 반발이 있다손 치라도 그게 업계와 소비자를 장기적으로 살리는 길이다. 대책 하나라도 공감을 확보해 신뢰를 쌓고 엄격히 지켜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