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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먹먹한 일상은 잠시 잊고...‘힐링’ 섬여행

[여행] 먹먹한 일상은 잠시 잊고...‘힐링’ 섬여행

기사승인 2020. 07. 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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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매물도
매물도. 섬의 원시적인 정취,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곱씹으며 산책하면 먹먹한 가슴이 시나브로 풀어진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슴이 먹먹한 날에는 섬(島)으로 가야한다. 발을 들이면 딴 세상이다. 일상의 묵직한 압박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마음이 편하니 몸도 가볍다. 콧구멍으로 드는 바람이 심장까지 당도하는 것을 섬에서는 느낄 수 있다. 바이러스로 뒤숭숭한 요즘이라 더 그리운 섬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달의 걷기 여행지로 섬 속의 조붓한 산책길 몇 곳을 추천했다. 가서 섬의 신통방통한 힘을 몸소 느껴보시라.
 

여행/ 매물도
매물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매물도
매물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통영 매물도

소매물도는 익숙한데 매물도는 낯설다. 어디 있을까. 경남 통영에서 뱃길로 약 1시간 20분 거리(거제에서는 약 40분 거리) 한려해상 푸른 바다에 둥실 떠 있다. 매물도는 대매물도, 소매물도와 등대섬, 어유도 등으로 이뤄졌다. 대매물도를 흔히 매물도로 부른다. 대매물도가 본섬인데 이름값만 따지면 소매물도가 앞선다. 섬이 예쁘게 생긴 데다가 로맨틱한 등대섬까지 거느려서다. 이온음료와 과자 광고에 숱하게 등장한 곳도 소매물도다. 반면 대매물도는 덜 알려졌다. 이게 장점이다. 섬의 원시적인 정취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곱씹기에는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다.

‘매물도 해품길’(한려해상 바다백리길 5코스)이 대매물도에 조성됐다. 당금마을에서 출발해 장군봉(210m)을 거쳐 대항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5.2km의 산책로다. 길에서 만나는 섬의 꾸미지 않은 자태가 좋다. 길에서는 바다도 잘 보인다. 압권은 장군봉 일대. 맑은 날에는 시야가 끝이 없다. 서쪽으로 거제, 통영, 가익도, 가왕도, 어류도, 소지도, 한산도, 욕지도, 사량도가, 남쪽으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아주 잘 보인다.

백패커들은 당금선착장 인근 폐교(한산초등학 매물도분교) 운동장에서 하룻밤 묵어 간다. 운동장에서도 바다는 잘 보인다. 이 맘때 폐교 주변에 수국이 화사하게 핀다. 하나만 더 추가하면, 대항마을에서 멀지 않은 꼬돌개는 주민들이 추천하는 일몰 명소다.
 

여행/ 울릉도
행남해안산책로 시작 지점에서 바라본 도동항/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울릉도
행남해안산책로에서는 화산섬의 특징을 보여주는 지형과 암석을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울릉도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은 ‘대한민국 해안누리길’을 발굴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거나 이미 개발된 곳이라도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우리 해양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선발한다. 경북 울릉도 행남해안산책로는 2011년 대한민국 해안누리길에 이름을 올렸다. 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시작해 북쪽의 저동항까지 이어진다. 아쉽게도 행남등대에서 저동항 구간은 낙석으로 폐쇄된 상태. 현재까지 복구공사 중이라 이곳에서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와야 한다. 코스는 왕복 2.6km로 약 2시간 거리. 기상이 안 좋은 날에는 낙석 위험으로 산책로가 통제될 수 있다. 울릉군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책로 곳곳에서 만나는 암석과 지형이 눈을 즐겁게 한다. 화산섬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해식동굴도 볼거리다. 산책로가 관통할 만큼 큰 것도 있다. 행남등대 부근에서는 저동항과 촛대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행/ 볼음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볼음도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볼음도
볼음도에서 본 바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인천 강화 볼음도

인천 강화도에 딸린 섬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있는 섬이 볼음도다. 강화도에서 뱃길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많은 섬으로 잘 알려졌다. 어쨌든 섬을 에둘러 ‘볼음도길’(강화 나들길 13코스)이 조성돼 있다. 볼음도 선착장에서 시작해 영뜰해변, 조개골해변을 지나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3.6km의 순환형 길이다. 약 5시간이면 완주 가능하다.

서도은행나무(볼음도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4호)는 꼭 찾아본다. 섬의 서북단 볼음저수지의 가장자리 한쪽에 서있다. 수령이 8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높이는 약 24m, 밑동의 둘레가 약 9.7m에 달한다. 눈으로 슬쩍 훑어도 신령스러운 이 나무는 섬의 상징이다. 깃든 사연이 참 애틋하다. 오래전 북녘의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에 두 그루의 ‘부부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홍수로 수나무가 뿌리째 뽑혀 남쪽 볼음도까지 떠내려왔다. 주민들이 이를 건져 올려 섬에 심었다. 이후 강화도와 황해도 연안 주민들은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기 전까지 날짜를 맞춰 두 나무를 위한 제를 지냈단다. 볼음도에서 황해도 연안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8km에 불과하다.

조개골해변(해수욕장)에서는 이름처럼 조개가 많이 잡힌다. 민박집에 묵으며 갯벌체험(유료)을 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영뜰해변은 노을이 예쁘다고 알려졌다. 볼음도행 배는 강화 외포리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여행/ 금오도
금오도 신선대에서 본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금오도 비렁길
금오도 비렁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여수 금오도·거문도

전남 여수에 딸린 섬이 참 많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다 합쳐 300개가 넘는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졌다. 뱃길로 약 1시간 40분거리. 금빛 자라를 닮았다고 금오도(金鰲島)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이 볕을 받으면 금빛으로 빛난다.

‘비렁길’은 해안을 따라 금오도를 남북으로 종단한다. 5개 코스로 이뤄졌고 총 길이는 약 18.5km다. 사람들은 1코스를 많이 걷는다. 함구미마을에서 출발해 미역널방, 송광사절터, 신선대를 지나 두포까지 섬의 동쪽해안을 따라가는 약 5km 구간이다. 길이 판판한 데다 해안절벽과 기암을 잘 볼 수 있다. 벼랑의 여수 사투리가 비렁이다. 이러니 길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천연하고 장쾌한 풍광이 백미다. 특히 미역널방 일대가 압권이다. 미역널방은 거대한 해안절벽이다. 주민들이 채취한 미역을 미역널방에 널어 말렸단다. 수십 미터 절벽 아래로 보이는 고깃배가 아득하다. 길에는 너른 절터도 있다.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금오도의 송광사와 순천 조계산의 송광사를 오가면서 여수 돌산 은적암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전한다. 이 절터에 ‘금오도의 송광사’가 있었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오래전 금오도에는 사슴들이 무리 지어 살았다. 조선시대 명성황후는 섬을 사슴목장으로 지정해 일반인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단다. 자연과 숲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다. 때묻지 않은 풍경과 정서 때문에 섬은 영화의 배경으로도 많이 나왔다.
 

여행/ 거문도
거문도 등대.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거문도 거도 어촌 마을
거문도 거도 어촌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거문도도 멀다. 여수에서 뱃길로 약 2시간 거리다. 거문도는 백도의 관문으로 잘 알려졌다. 거문도에서 뱃길로 40분을 더 가야 백도다. 백도는 기묘한 해안절벽과 바위가 장관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신비한 섬으로 각인되고 있다.

거문도는 역사의 상흔도 간직했다. 1885~87년까지 영국군에 점령당해 ‘포트 해밀톤’으로 불렸다. 당시의 흔적들이 섬 곳곳에 남아있다. 1999년 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거문도를 가장 가보고 싶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거문도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다. 한적하게 걷기 좋은 길이 많아 요즘은 섬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도 종종 찾는다. ‘동백꽃섬길 거문도 등대길’을 걸으면 눈이 호강한다. 고도 어촌마을에서 시작해 수월산을 거쳐 거문도등대까지 이어지는 약 2.2km 구간이다. 길에 그늘이 많아 여름에 걷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거문도등대는 꼭 봐야 한다.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혔다. 등대 부근에 ‘달팽이 우체통’도 있다. 1년에 한 번 우편물을 발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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