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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윤석열의 정무감각”…왜 이 지경이 됐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윤석열의 정무감각”…왜 이 지경이 됐을까?

기사승인 2020. 07. 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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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내부 "대검 참모진 '컨트롤 타워' 역할 못해…실무진도 지휘부 안 따라"
尹, '수사권 상실' 입장 정리 7일 이미 끝내…'수사본부' 먼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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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송의주 기자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의 백기투항으로 끝났다. 윤 총장은 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순간부터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애초부터 수사지휘를 내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추 장관의 파상공세를 일주일 동안 묵묵부답으로 견뎌오던 윤 총장의 결단치고는 대단히 싱거운 셈이다.

법조계에 정통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윤 총장의 정무감각”이라며 “검사들은 범죄 혐의자와 싸우는데만 특화돼 있어서 그런지 이 외의 싸움에서는 그저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밀어붙일 줄만 알았지, 이길 수 있는 싸움과 그렇지 않은 싸움을 구별할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당초 한 쪽은 수사를 못하게 막으려는 쪽이고, 한 쪽은 수사를 하라는 쪽이었는데 이게 싸움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 정도 수준의 정무적 판단과 전투력으로 노회한 정치인 출신의 장관과 여당의 화력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슬 퍼런 윤 총장이 이렇게 식물총장으로 몰락해 가는 동안 “도대체 총장의 참모진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도 쏟아냈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대검 참모진이 이렇다 할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이 지난 1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 총장의 수족이 모두 잘려 나갔고 이 때문에 참모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립무원’ 상태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총장이 이날 내린 결정도 참모들과 상의 없이 홀로 고민 끝에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차장검사는 “대검 지휘부 중에 총장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누가 있느냐”며 “대검 기획관(차장검사)·과장(부장검사)들도 지휘부 안 따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검 부장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왜곡해서 언론에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검 요소요소에 있다”며 “내부에 적이 있는데, 총장이 누굴 믿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윤 총장도 대검 참모진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원팀’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검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윤 총장이 장고를 거듭하면서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것은 법무부와의 협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7일 이미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이 상실됐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이미 주초에 법무부에서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 구성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실무진 차원의 검토도 아니고 조남관 검찰국장에게 보고가 된 사안이고, 대검에서 공개적으로 ‘건의’를 하면 장관에게 보고하겠다는 답변까지 받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윤 총장은 기존 수사팀을 수사본부에 포함하는 등 법무부의 세부적인 요청사항 모두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과장급 사이의 얘기도 아니고, 서울고검장을 특정한 것은 법무부의 의견이었다”고 강조하고 “법무부와 주초부터 수사본부 설치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조율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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