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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성추행’으로 무너졌다?…여전히 ‘펜스룰’ 운운하는 한국사회의 민낯

겨우 ‘성추행’으로 무너졌다?…여전히 ‘펜스룰’ 운운하는 한국사회의 민낯

기사승인 2020. 07. 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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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지위고하 막론 성범죄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 필요…피해자에게 책임 전가하지 않는 사회인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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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펜스룰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여자 진술만 일방적으로 믿는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며 “펜스룰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펜스룰’에 동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봇물을 이루며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당시인 2002년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용어다.

전문가들은 “마치 이번 사태의 책임이 오롯이 비서에게만 있고 여자에게만 있다는 왜곡된 시각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이른바 ‘펜스룰’은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사회 인식을 변화하지 못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 여성에게 성추행 논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의식 조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12일 클리앙, 보배드림, 디씨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 비서와 문제가 생기니, 비서를 남자로 배치했으면 좋겠다’ ‘여자랑 엮이면 골치 아파진다’ ‘걸핏하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하는 것을 보면 진짜 펜스룰이 답인 듯하다’ 등의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성추행 범죄가 일어났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며, 여성이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것 자체를 비하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퇴임했을 당시에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원인으로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사회적 인식 △성추행을 가볍게 여기고 가해자를 용인해온 문화 △고위직의 성비 불균등 등을 꼽았다.

또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지 않는 ‘펜스룰’이 오히려 반복적으로 여성을 성범죄에 노출되게 한다고 강조하며, 성추행·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인식 등을 통해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아직도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미래 대권 주자로 거론된 이들이 겨우 ‘성추행’으로 무너졌다는 사회 인식이 있다”며 “‘성범죄자의 사회적 지위는 완전히 무너진다’는 보장성이 성범죄를 예방하는 사회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펜스룰은 부당한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지금의 사회를 존속시킨다”며 “이러한 인식으로 성범죄를 반복하는 사회와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 공보이사는 “성범죄가 피해자로 인해 벌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어느 한 직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성평등을 지향한다면 오히려 능력에 따라 다수의 여성을 고위직에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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