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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비서 “법정서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박원순 전 비서 “법정서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기사승인 2020. 07. 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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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비서 성추행 기자회견 (2)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여성단체들이 전직 비서 A씨를 대신해 13일 오후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김서경 기자
“인구 1000만 도시인 서울시장(長)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벌어진 사건” “입술 접촉, 음란 사진 전송 등 4년간 이어진 성추행”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전직 비서 A씨를 대신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박 시장이 성적 접촉 요구가 지속적이면서도 상습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2시경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 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본 사건은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는 4년간 지속됐다”며 “피해자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7월 8일 경찰에 고소했고, 저희는 피해자 고소 직후 피해자와 변호인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는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접했다”며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특히, 피해자가 시청 내부에서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의 호소에 주변인들은)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 업무는 시장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며 (피해 사실을) 노동으로 일컫는 등 피해를 애써 사소하게 받아들였다”면서 “결국 피해자는 ‘피해가 있다’는 말 조차 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A씨가 부서를 옮긴 후에도 박 시장의 연락이 지속됐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A씨가 더 이상 자신의 비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 속옷 차림 사진 및 음란문자 전송, 늦은 밤 비밀 대화방 내 대화 요구 등 끝없이 가해를 이어나갔다.

이날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짚으며,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인구 1000만 대도시인 서울시의 장(長)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거부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성 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다”고 전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더욱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가해행위를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박 시장이 죽음을 택함으로써 사건 자체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 책임도 종결된 게 아니냐는 일방적인 해석은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박 시장의 혐의는 총 3가지다. 이들은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통신매채이용음란, 업무상위력추행) 위반 및 형법상의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 8일 고소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는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할 여러 증인이 있으며, 휴대폰 포렌식 자료 역시 존재한다”며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A씨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셀카를 찍자’는 말로 접근, 신체적으로 밀착했고, 피해자의 멍이 든 부위에 본인의 입술을 접촉하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이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A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A씨는 편지를 통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 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고소 후) 밤새 조사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친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 치르지 말아달라는) 50만명 넘는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며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저와 제 가족의 일상과 안전이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시작 직전, 박원순 시장 장례위원회(장례위)는 문자메시지로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전했다. 장례위는 “오늘 박 시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는 중”이라며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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