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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말 한적한 해변을 찾는다면...충남 보령 원산도

[여행] 정말 한적한 해변을 찾는다면...충남 보령 원산도

기사승인 2020. 07. 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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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안면대교 개통 후 안면도 여행의 필수 코스로
여행/ 원산안면대교
안면도 영목항에서 바라 본 원산안면대교. 왼쪽이 원산도다. 다리가 개통한 후 원산도는 안면도 여행 여정에 자연스레 포함됐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는 서해안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에는 안면도 구경 갔다가 내쳐 원산도까지 돌아봤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원산도는 충남 보령에 속한다. 두 곳은 어떻게 ‘묶음’이 됐을까. 다리 때문이다. 안면도 최남단의 고남면 영목항에서 원산도까지 거리는 불과 1.8km다. 작년 12월에 두곳을 잇는 원산안면대교가 개통했다. 다리를 구경하고 건너도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한갓진 해변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 원산도해변
원산도해변(해수욕장). 원산도에서 가장 긴 백사장을 가졌다. 사진에 보이는 백사장은 전체의 절반 정도다.

원산도는 보령 대천항에서 서북쪽으로 약 11km 떨어진 바다에 있다. 원산안면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이 섬으로 갔다. 그런데 거리만 따지면 ‘코앞인’ 안면도 영목항에서 훨씬 가깝다. 다리로 연결되며 더 가까워졌다. 자동차로 2~3분이면 닿는다. 

원산도는 안면도에 이어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지척에 있지만 두 섬의 운명은 조금 달랐다. 안면도는 일찌감치 뭍과 연륙교(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로 이어지며 여행지로 떴다. 태안의 해안이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도 크다. 반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원산도는 불편함 때문에 개발이 조금 늦었다. 다리가 놓인 후로는 안면도와 원산도를 함께 돌아보는 여정을 짜는 사람들이 늘었다. 

여행/ 오봉산해변
원산도 오봉산해변.
여행/ 사창해변
원산도 사창해변.
여행/ 사창해변
원산도 사창해변의 캠핑사이트.

사람들은 원산도에서 뭘 볼까. 예전부터 낚시 좋아하는 이들이 이 섬을 자주 찾았다. 인적 드문 해변을 알음알음으로 찾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도 이 섬의 ‘여행 1번지’는 해변(해수욕장)이다. 남쪽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해변이 이어진다. 

원산도해변이 가장 유명하다. 백사장 길이가 2㎞ 남짓으로 섬에서 가장 길다. 오봉산해변도 있다. 원산도해변에 비해 백사장 길이는 짧지만 모래가 곱고 백사장 뒤 솔숲이 운치가 있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기암도 볼거리다. 두 해변 사이에는 사창해변이 있다. 소담한 어촌마을 앞에 자리 잡은 천연한 해변이다. 캠핑 사이트가 제법 잘 갖춰져 있어 캠퍼들이 종종 찾는다.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 한복판에 당도했다. 원산도, 오봉산, 사창해변을 찾아간 날은 공휴일이었다. 그런데도 사람 구경이 쉽지 않았다. 드넓은 원산도해변에서는 해수욕을 즐기는 서너명의 무리와 산책하는 서너쌍의 커플을 만났다. 오봉산해변에서 만난 사람은 해변을 거니는 한 가족이 전부였다. 사창해변에서는 두세 무리가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해변은 텅 비었다. 맞다. 바이러스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여름 한복판의 해변 풍경 치고는 고요하고 적막했다. 같은 날 오후 안면도의 대표 명소인 꽃지해변과 비교하면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과 다름 없었다.  

여행/ 오로봉
원산도 오로봉에서 본 안면도와 원산안면대교.
여행/오로봉
원산도 오로봉에서 본 풍경.

바다 말고 볼거리는 없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봉산에 오른다. 오봉산해변 뒤쪽에 있다. 고만고만한 다섯 개의 봉우리가 이어졌다고 오봉산이다. 오봉산해변의 이름도 이 산에서 따왔다. 다섯 봉우리 중 최고봉은 동남쪽 끝의 오로봉(116m)이다. 높지 않지만 섬에 솟은 덕에 전망이 괜찮다. 바다 건너 안면도와 원산안면대교가 또렷하다. 볕을 받아 빛나는 바다와 보석같은 크고 작은 섬들이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도 멋지다고 입소문 났다. 사방이 탁 트인 덕에 조선시대에는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도 있었다. 조선시대 왜적의 침략 등 긴급상황 시 멀리 보령 외연도나 녹도에서 받은 신호를 수영성 수군절도사가 있던 보령 오천항으로 전달했다. 봉수대터가 지금도 남아있다. 오봉산해변 뒤쪽이나 초전항 주변에서 오를 수 있다.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정상에 닿는다. 숲도 제법 우거졌다. 

폐교가 된 원의중학교 앞에는 독일 출신 선교사 칼 귀츨라프(1803~1851) 기념비도 있다. 그는 우리나라를 최초로 방문한 해외 선교사다. 귀츨라프 일행은 1832년 원산도 장산곶에 들른 후 고대도까지 갔다. 

여행/ 선촌항
선촌항. 보령 대천항에서 여전히 배가 다닌다.

원산안면대교 자체도 볼거리다. 총연장 1.8㎞의 왕복 4차로의 다리가 바다를 시원하게 가른다. 다리 이름을 정할 때 말이 많았다. 연륙교가 놓이면 다리로 이어져 육지가 되는 섬의 이름을 따는 게 보통이다. 원산안면대교는 나름 공평한 선택이었다. 섬은 도시인에게 언제나 ‘로망’이다. 섬을 일상으로 연결하는 다리는 그래서 규모와 상관없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이 다리도 그렇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잘 볼 수 있다. 원산도 초전항이나 선촌항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 

원산도는 2021년 말에 보령 대천해변과 총연장 6.9km의 해저터널로 연결될 예정이다. 서해안 대표 여행지인 안면도와 대천 사이에 이 섬이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개발이 한창이다. 도로와 항만, 시설 공사와 정비가 한창이지만 그래도 섬의 정취는 아직 남아있다. 안면도는 해변이 예쁘고 이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해변산책로도 잘 조성됐다. 이에 비하면 원산도는 여전히 ‘섬’이다. 아직까지는 이게 매력이다. 인프라나 편의시설이 부족한만큼 안면도를 베이스캠프 삼아 나들이 다녀와도 괜찮아 보인다.

여행/ 안면도자연휴양림
소나무가 울창한 안면도자연휴양림.

마지막으로 원산도 여정의 베이스캠프인 안면도 얘기 조금 덧붙인다. 명실상부 서해안 대표 여행지다. 북쪽 백사장항에서 남쪽의 영목항까지 수많은 해변이 차례로 이어진다. ‘할미할아비바위’로 이름난 꽃지해변, ‘대하랑꽃게랑’ 해상인도교와 수산물시장이 있는 백사장해변, 해송 방파제와 은하수 촬영 스폿으로 알려진 운여해변 등 해변마다 사연과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해변을 따라 걷기 좋은 길도 잘 만들어져 있다. 해넘이도 몽환적이다. 해송이 울창한 안면도자연휴양림과 개펄를 건너 들어가는 안면암 등은 해변 말고도 눈이 즐거운 볼거리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전국에서 단위 면적당 펜션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식당도 많고 카페도 많다. 

여행/ 아일랜드리솜
아일랜드 리솜 리조트의 ‘아일랜드 57’. 꽃지해변의 해넘이를 볼 수 잇는 ‘핫 스폿’으로 뜨는 곳이다./ 호반호텔&리조트 제공
여행/ 아일랜드리솜_인피니티풀_2
아일랜드 리솜 리조트 ‘오아식스 스파’의 인피니티풀/ 호반호텔&리조트 제공

최근에는 새 단장을 마친 멋진 리조트도 문을 열었다. 꽃지해변의 ‘아일랜드 리솜’이다. 원래 리솜오션캐슬이었던 곳인데 이름을 바꾸고 건물도 말끔하게 고친 후 다시 그랜드 오픈했다. 바다를 조망하는 객실도 객실이지만 해변 뒤 해송 숲에 위치한 이곳의 미식·문화공간 ‘아일랜드 57’은 꽃지해변의 그림 같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핫 스폿’으로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나 괌·사이판 부럽지 않은 풍경이 기다린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해외여행의 감성을 여기서 채우시라. 미식을 즐기며 버스킹과 콘서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서울 이태원의 맛집으로 이름난 돈 스파이크의 ‘로우앤슬로우’, 미슐랭 선정 맛집 ‘파스타 포 포’의 주요 메뉴도 맛볼 수 있다. 바다를 조망하는 ‘오아식스 선셋스파’의 인피니티 풀도 안면도 랜드마크로 뜰 기세다. 

어쨌든 안면도의 분위기는 원산도와 딴판이라는 이야기다. 이러니 안면도와 원산도 여정을 ‘묶음’으로 짜면 즐거움도, 추억도 두 배가 될 수 있다. 여행자에게 원산안면대교가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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