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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철비2: 정상회담’ 정우성 “정치적 발언? 불편한 건 말해야죠”

[인터뷰] ‘강철비2: 정상회담’ 정우성 “정치적 발언? 불편한 건 말해야죠”

기사승인 2020. 08. 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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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했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소신파 배우 정우성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연기하며 가장 절절하게 와 닿은 감정으로 ‘연민’을 꼽았다.

지난달 29일 개봉된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렸다. 주말 동안 전국에서 50만4504명(이하 영화관통합전산망 집계)를 불러모으는 등 상영 첫 주에만 101만9637명을 동원하며 흥행 순항을 예고했다.

전편에서 북한 1호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엔 남측 정상을 맡았다. 주인공이 완전히 뒤바뀐 후속편이 드물었던 만큼, 호기심 어린 눈길이 집중됐던 대목이다. 더불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다시 참여했다는 이유로, 또 ‘변호인’을 만들었던 양우석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날카로운 정치적 시선들도 쏟아졌다.

“영화의 스토리는 허구이면서 풍자도 많아요. 장르적 특성도 새롭지만 그 새로움 밑에 깔린 현실적인 부분들도 존재하죠. 그러다 보니 요즘은 작품을 작품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되고 시선이 결부돼요. 안 그래도 양 감독님 자체가 그런 시선이 계속 개입됐었는데 나까지 출연해도 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제 표정을 좋게 봤나봐요. 한경재의 침묵 속엔 여러 표정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저에게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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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 정우성이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잠수함 안에 갇힌 세 정상의 모습은 왠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갇혀 있는 만큼 가장 솔직한 대화들이 오고 가며 진정한 ‘정상회담’이 이뤄진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세 나라의 정상회담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진 데는 세 배우의 찰진 호흡도 한몫 거들었다.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앵거스 맥페이든은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고 한반도 역사 공부도 다 하고 왔더라고요. 본인의 표현에 있어 방향을 정확히 가지고 온 배우에요. 북의 지도자를 연기한 유연석 배우는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고 표현이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에게 계속 불안해해요. 그런데 그게 젊은 지도자가 가질 수 있는 불안함과 일맥상통 하더라고요. 배우들끼리 ‘이렇게 신을 완성해보자’라고 하기 보단 각자가 만든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자유로운 호흡 안에서의 변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우성은 한경재를 위해 특별히 참고한 모델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평화와 통일을 가기 위한 지도자의 모습이니 그런 의지가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떠나 공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공심(公心)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자리에 오르면 공심을 망각하고 사심이 개입되고, 그러다 보면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게 돼요. 사심의 개입을 늘 경계하고 배제하는 게 진정한 공직자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국민을 위한 정책, 전체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지도자를 그리려고 했죠.”

극중 한경재는 말수가 적다. 많은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막무가내인 미국 대통령 및 그와 갈등하는 북한 최고지도자 위원장, 그리고 남북 평화협정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간섭. 당사자이지만 어디에도 사인할 곳이 없는 답답한 현실 속 할 수 있는 말이 많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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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했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무기력했죠. 짜증나고 답답했어요.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 자주적인 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없는 현실이 그랬죠. 어느 순간 우리 스스로가 과거 역사적 사실에 대해 외면하고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정치적 선택이 이뤄지든 간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우리 국민이에요. 그래서 우리에 대한 연민이 가장 크게 느껴졌어요.”

정우성이 계속 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우리 삶에 있어서 ‘정치’는 뗄 수 없는 존재고 계속 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제가 정치적으로 어떤 표현이나 발언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떠한 발언을 했을 때 그렇게 규정짓는 시선들이 있죠. 하지만 우리의 삶이 곧 정치에요.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요.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치적인 입장을 이야기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불편함을 말할 자격이 있고 책임이 있어요. 우리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끊임없이 정치적인 발언을 해야 한다고 봐요.”

어느 덧 데뷔 26년차에 접어든 지금, 지나가는 시간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세상이 평가하는 나의 가치에도 갇히지 않으려 하고, 또 어떤 역할이 성공했을 때 그 역할에 연연하지 않으려 해요. 내가 할 일은 죽을 때까지 ‘나’라는 사람들 완성시키는 거죠. 내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나 역시 세상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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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강철비2’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로 분했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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