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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보강 필요하다” 전문가 vs “예산낭비” 서울시…누구 이길까?

“내진보강 필요하다” 전문가 vs “예산낭비” 서울시…누구 이길까?

기사승인 2020. 08.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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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진보강공사 놓고 소송전 들어가는 서울시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내진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성이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특히 지하철은 지진발생에 가장 취약한 시설로 내진 설계 및 내진 보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서울시도 이런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지하철 전 구간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를 하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설계를 실시했다. 그 결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고 착공 당시부터 내진 설계가 적용된 5~8호선은 내진 보강이 불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1970년대 착공해 40년이 넘은 데다가 내진 설계의 개념조차 없던 당시 만들어진 1~4호선은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 지하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이런 진단에 따라 2015년부터 1~4호선 지하구간에 대한 내진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 지하철 내진보강공사에 대한 감사결과는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시 감사실은 “설계자 등이 내진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판정해 보강이 불필요한 지하터널 기둥 총 7957개를 근거없이 보강대상으로 임의 설계반영해 약 24억2900만원의 예산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 기둥까지 일괄 보강대상으로 포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계용역사인 동부엔지니어링 측의 입장은 감사실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설계용역사에서는 “한국지진공학회, 대한토목학회 등 권위있는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에서 이들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기둥 보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내진설계 기준에 해당하는 △90도 각도의 갈고리 철근이 기둥에 없고 △강재의 겹침 시공길이가 규정 대비 부족하며 △강도를 보장해 줄 보강띠 철근이 없어 내진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는 감사 결과에 따라 설계용역사를 상대로 손해보전을 요구했으나 설계용역사는 전문가 의견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강공사에 사용된 자재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시 감사팀은 “터널 모서리 부위 보강공법의 자재를 당초 실시설계도와 다르게 적용했다”며 “구조계산서에는 일반구조용 압연강재(SS400)로 기재하고 설계도에는 구상흑연주철(GCD450)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SS400 강재보다 GCD450 강재가 성능이 낮으므로 부적정한 자재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설계시공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설계시공사 측은 “지난 2월 한국 지진공학회에 검증실험을 의뢰해 실험한 결과 GCD450 강재가 국토부 설계기준과 한국 산업표준을 만족시키며, SS400 강재보다 강도 면에서도 더 앞선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GCD450 강재는 지진에 가장 민감한 나라인 일본에서도 내진보강자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철강자재를 30년 이상 취급한 철강중개인 A씨도 “SS400 강재는 주로 자전거 프레임이나 철제 가구 등 강성은 필요하지만 압력을 많이 받지 않는 곳에 주로 사용되는 자재”라며 “GCD450 강재는 기차의 차륜이나 고압수 밸브 등 높은 강성과 내압력성이 동시에 필요한 곳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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