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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파운드리 목장의 결투’ 삼성전자 반격은 블루오션 개척?

[취재뒷담화]‘파운드리 목장의 결투’ 삼성전자 반격은 블루오션 개척?

기사승인 2020. 08. 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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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파운드리업체 특수
TSMC 밀리던 삼성, 설계와 제작 맞춤형 서비스 제공
구글에 이어 시스코 등 반도체 설계 약한 업체들 '솔깃'
취담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목장의 결투’가 점차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TSMC에 밀리는 것 같던 삼성전자가 반격의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죠.

‘파운드리 목장의 결투’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파운드리가 왜 중요해졌는가부터 알아야 합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을 중심으로 수십년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그러던 파운드리 시장에 2005년 삼성전자가 뛰어들더니 최근 반도체업계의 시선이 이 분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관련 깊습니다. 인공지능(AI)·5G(세대)·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면서 필수 재료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정한 용도로만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다양한 용도에 따라 설계돼 쓰이는 시스템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전망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반도체산업의 패러다임도 변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설계와 맞춤형 생산이 중요해지면서 설계와 제작을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업체보다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가 각자 역할을 다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게 됐습니다.

이런 반도체 분업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최근 인텔의 발표입니다. 수십년간 반도체업계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이 번번이 차질을 빚자 사실상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는 자체 제작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고성능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기도 벅찬데 매년 수십조원을 투자하면서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반도체 외주화 선언은 파운드리업계에서 ‘낭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성장 과실을 파운드리업체들이 누리게 돼서죠. 더구나 파운드리 목장의 특징은 먹거리는 넘쳐도 주인 될 자격을 지닌 플레이어는 적다는 점입니다. 7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는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만 제작 가능합니다. TSMC가 최근 애플의 칩을 전담하면서 TSMC 생산량 한계로 삼성 파운드리에게 돌아갈 몫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먹거리가 좀 늘었다고 2인자의 지위에 만족할 삼성전자가 아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등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이상 TSMC와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한동안 기술력과 영업력에서 TSMC에게 밀리는 모습만 보였던 삼성이지만 반전카드가 있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에 이어 미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의 칩을 수주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플·인텔·AMD 등 기존 고객 대신 새로운 수요처를 찾은 것이죠.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의 차세대 반도체를 수주하면서 생산에 그치지 않고 설계까지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단순 제조만으로 TSMC를 능가하기 어렵자 그동안 모바일·자율주행·통신칩 등을 만들며 축적한 칩 설계 능력을 제공해 고객들의 환심을 산 것입니다. 고객사 입장에선 필요로 하는 기술과 기능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맞춤형’으로 제공받고 고도의 미세공정 기술로 제작까지 해주니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셈입니다. 특히 구글이나 시스코같이 반도체 설계 기반이 약한 업체로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의 이번 시도가 값진 이유는 블루오션을 개척했기 때문입니다. 발상의 전환인 셈인데 삼성의 반격이 업계 호응을 이끌어 낸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굴지 통신업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대형 서버업체들도 러브콜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파운드리 목장을 둘러싼 2라운드가 기대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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