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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참사 책임져라’ 레바논 수천명 반정부 시위…수백명 부상·경찰관 사망

‘베이루트 참사 책임져라’ 레바논 수천명 반정부 시위…수백명 부상·경찰관 사망

기사승인 2020. 08. 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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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anon Explosion <YONHAP NO-0840> (AP)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교부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4일 발생한 폭발 참사가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발생한 인재(人災)라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사진=AP 연합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정부기관을 급습하는 등 유혈시위가 벌어졌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총리는 총선 일정을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

8일(현지시간)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 광장에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지난 4일 일어난 폭발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과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민들은 ‘재판의 날’, ‘살인자들은 떠나라’ 등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쌓아왔던 분노를 터뜨렸다.

일부 시위대는 외교부와 에너지부 등 정부기관을 급습해 건물에 ‘혁명의 도시 베이루트’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위대들이 돌을 던지며 의회 건물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고 공중에 실탄을 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시위로 시위대 및 경찰 230명 이상이 다쳤으며 경찰관 1명이 충돌 과정에서 사망했다.

레바논 당국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동안 방치됐던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폭발 참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 세관 공무원들이 정부 당국에 질산암모늄 처분 지침을 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끝내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지배층의 고질적 무능과 부주의에 대중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저녁 TV 연설에서 두 달 안에 조기 총선을 시행하도록 의회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디아브 총리는 “조기 총선 없이는 나라의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는 새로운 정치 인사와 의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에서는 2018년 5월, 9년 만에 총선이 실시됐으며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그 동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 1월 헤즈볼라의 지지 속에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비판 받고 있다.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대사관 측은 “레바논 국민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으며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 투명성과 책임감을 갖춘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폭력시위가 아닌 평화시위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6일 베이루트 참사 현장을 방문해 개혁이 없으면 레바논은 침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폭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58명이며 부상자도 6000여 명으로 늘었다. 또 60여 명이 아직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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