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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는 엄마들, 무더위도 코로나도 무섭다

일본 사는 엄마들, 무더위도 코로나도 무섭다

기사승인 2020. 08. 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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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후 아이 빨개진 얼굴보면 불쌍해" "호흡 문제 걱정"
일본 정부 "학교서 마스크 상시착용 안 해도 돼"
연일 폭염...도쿄 36도, 수도권 일부 지역 40도 열사병 우려돼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
지난 8월 6일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한 드럭스토어의 모습. 바닥에는 앞뒤 사람과 1.5m 간격을 두고 줄을 서 달라는 문구가 있다. /사진=엄수아 기자
“어린 아이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면 호흡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 도쿄에서 3살 딸을 키우고있는 이나나(가명·37) 씨의 말이다.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크지만 마트같은 건물 내부가 아닌 산책 시에는 마스크를 씌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주수영(41)씨는 초등학생인 아들이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있다고 밝히며 “마스크가 개인 방역의 가장 기본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오면 얼굴이 빨갛게 돼 있어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일본에선 긴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엄마들의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

각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하루종이 마스크를 써야하는 아이들에 대해 열사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 간호사는 “기침을 하는 아이는 마스크를 쓰지만 그 외에는 쓰고 있지 않다”며 “아침마다 등원시 체온을 재고 37.5도를 넘기면 돌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 36도 등 수도권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올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군마현(群馬縣) 이세사키시(伊勢崎市)는 이날 기온이 40.5도까지 올라 올해 일본 내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일본 특유의 습도가 높아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지난달 장마기간 거리의 사람들 90%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면 최근들어 무더위로 마스크를 벗은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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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어린이용 마스크 구매가 쉽지 않은 상태다. 도쿄의 한 드럭스토어에 판매 중인 마스크로 아동용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엄수아 기자
일본 정부는 이에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보다 열사병에 대한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6월 작성한 ‘학교에 대한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위생관리 매뉴얼’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5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개정된 매뉴얼에선 마스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상시착용’이라 명시된 부분이 ’신체적으로 거리를 둘 수 없는 경우 착용할 것’으로 바뀌었다. 또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온도 등을 명시하는 등 착용하지 않을 근거를 구체화했다.

일본 소아과의사회도 마스크로 인해 아이들이 열사병에 쉽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위해 호흡이 힘들다고 느끼면 바로 마스크를 벗도록 해야 한다고 4일 권고했다.

의사회는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중증 감염이 적고, 마스크를 쓰고 운동할 경우 심폐활동에 부담을 줘 열사병에 더 쉽게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도쿄 내에서만 하루 305명의 확진자가 발생, 그중 어린이집 교사 등 아이들과 가깝게 생활하는 이들도 감염됐다.

도쿄 키타구에선 4일 어린이집을 다니는 원생이 코로나에 걸려 해당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가는 등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스크를 쓸 수도 안쓸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마스크 품귀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도쿄 시내의 한 드럭스토어 점원은 “어른용 마스크는 들어오고 있지만 어린이나 유아용 마스크는 들어오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판매를 하는 곳에서도 1인당 구매 갯수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 대형 온라인 유통채널인 라쿠텐과 아마존 등에선 이미 어린이 마스크의 값이 훌쩍 올랐거나 이마저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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