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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카약 타고 동굴 탐험·호숫가 ‘힐링’ 산책...충북 충주

[여행] 카약 타고 동굴 탐험·호숫가 ‘힐링’ 산책...충북 충주

기사승인 2020. 08. 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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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충주호
‘종댕이길’ 마즈막재에서 본 충주호.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을 에두르는 코스는 풍광이 장쾌해 ‘종댕이길’의 백미로 꼽힌다.
세상이 변하면 새로운 여행지가 많이 생긴다. 산천은 의구해도 관심과 트렌드가 바뀌니 거스를 수 없다. 충북 충주에선 요즘 동굴 카약 체험이 인기다. 폐품으로 만든 로봇을 구경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여정이 됐다. 곰삭은 시간이 엉겨 붙은 석탑도 달라진 여행자의 눈높이를 좇아간다.

여행/ 활옥동굴
활옥동굴의 카약 체험. 폐광이 된 활석광산이 인기 여행지가 됐다.
여행/ 활옥동굴
활옥동굴의 와인저장고.
충주에서 요즘 가장 ‘핫’한 곳은 목벌동의 활옥동굴이다. 폐광을 관광지로 꾸며 지난해 여름 개장했다. 사람들은 동굴 속 호수에서 투명 아크릴 카약을 타기 위해 온다. 팔도에 관광동굴이 많지만 ‘뱃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은 못 봤다. 첫 경험이 큰 설렘을 만든다. 물 깊이가 어른 허리 정도, 제대로 패들(노)을 저으면 10여 분 만에 끝날 코스지만 낯설어서 인기다. 탑승자가 패들을 직접 젓고 스스로 방향을 잡고 속도도 조절한다. 그냥 앉아만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넓은 갱도를 따라가면 볼거리, 즐길 거리가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와인저장고도 있고 카페도 마련됐다. 건강을 위한 세러피 시설도 있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작은 호수, 알록알록 조형물이 놓인 광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명소다. 전시공간도 있다. 권양기(광물이나 광부를 지상으로 옮기는 기계장치)를 전시하고 광부의 작업 모습도 재현했다. 현장이 전시장이니 생생함은 배가된다. 종유석이 늘어진 천연동굴 못지않은 재미가 있다.

활옥동굴은 어떤 곳이었나. 동양광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활석광산이다. 활석은 재질이 무르고 표면이 매끈한 광물이다. 양복을 재단할 때 쓰는 석필의 재료가 활석이다. 활석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잘 팔렸다. 수출도 많이 됐다. 당시 아시아 최대 활석광산이 여기였단다. 총 갱도 길이가 57km, 수직고가 711m나 됐고 8000여 명의 광부가 일했다. 그런데 이후 중국산 활석이 대량으로 수입되며 채굴이 멈췄다. 1990년대 후반 광산부지와 광업권을 인수한 기업이 일부 갱도를 관광지로 꾸몄다. 이색체험, SNS 인증샷 등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피서지로도 이만한 곳이 없다. 여름 한낮에도 동굴 안 기온은 13~15도다. 긴팔 상의와 바지가 필요할 정도로 서늘하다. 동굴입구에서 두꺼운 옷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여행/ 오대호아트팩토리
정크아트를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 ‘오대호아트팩토리’
여행/ 오대호아트팩토리
‘대한민국 1호 정크아티스트’ 오대호 관장.
앙성면의 오대호아트팩토리도 요즘 떴다. 정크아트를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생활폐품, 쓰레기, 잡동사니로 예술품을 만드는 작업이 정크아트다. 자동차 엔진이나 휠, 타이어 등을 이용해 만드는 로봇을 상상하면 된다. 그런데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작품을 작동시키고 탈 수 있는 것은 타 본다. 버튼을 누르면 로보트 태권브이가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춘다. 손잡이를 돌리면 피노키오의 코가 진짜로 늘어난다. 운동장에는 기상천외한 ‘탈 것’들이 한가득이다. 아이들이 난리다. 아트컬러링, 에코봇 체험 및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움직이는 것을 만드는 일은 더 어렵다. 재료나 부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작동 원리도 알아야 한다. 이곳 오대호(66) 관장은 ‘대한민국 1호’ 정크아티스트다. 공대 출신에 공장 운영 경험까지 있으니 기계를 잘 다룬다. 200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6000여점에 달한다. 여기에는 1000여점이 전시 중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쓰레기’가 ‘황금’이 된다. “높이 3m짜리 로봇이 3000만원, 5m짜리가 5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로봇 하나 만드는데 지금도 한 달은 족히 매달려야 한다.” 아이들이 작품이 망가뜨릴까 위태로운데 그는 “부숴도 좋으니 다치지만 말라”고 한다. 아이들이 예술의 무게에 위축되길 바라지 않는다. 과학과 미술을 이해하고 환경을 고민하는 즐거운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어쨌든 반응이 좋다. 지난해 5월 개장 후 그해 12월까지 3만여 명이 다녀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랫동안 문을 열지 못했던 올해에도 벌써 4만여 명이 찾았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선정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곳 역시 폐교다. 옛 능암초등학교 건물인데 운치가 있다. 운동장에는 도시락을 까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원두막도 있다.

여행/ 종댕이길
‘종댕이길’에서 본 충주호.
충주는 풍경도 좋다. 충주호가 있고 남한강도 흐른다. 호숫가와 강변에는 정신까지 맑게 만드는 싱싱한 자연이 수두룩하다. 충주시는 걷기 좋은 길을 ‘충주 풍경길’로 지정해 관리하고 가꾼다. 종민동의 ‘종댕이길’은 충주 풍경길 중에서도 인기다. 심항산(385m)을 에두르며 충주호를 굽어 보며 걷는 호반 숲길인데 풍광이 좋고 숲도 우거졌다. 특히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 둘레를 도는 구간이 백미다.

요즘 ‘청춘’들은 충주 풍경길 중에서 ‘탄금호 무지개길’을 즐겨 찾는다. 중앙탑면 탄금호를 따라 조성된 데크 길이다. 중앙탑 사적 공원 앞이다.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때 TV 중계를 위해 만든 1.4㎞ 길이의 부유식 수변 구조물이 걷기 좋은 산책로가 됐다. 최근 종영한 인기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주인공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가 이곳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며 찾는 이들이 늘었다. 여행은 호기심이라는 말이 맞다. 어쨌든 야간에는 이름처럼 무지개빛 조명이 켜진다. 호수에서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면 분위기는 더 몽환적이다.

여행/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여행/ 탄금호 무지개길
탄금호 무지개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찾는 이들이 많다.
여행/ 충주고구려비
충주고구려비.
중앙탑 사적공원 한가운데에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이 있다. 고대국가를 통일한 신라가 국토의 중앙이라고 생각해 세웠다. 후대 사람들은 ‘중앙탑’이라고 불렀다. 충주가 중원임을 상징하는 근거도 이 탑이다. 어쨌든 당시 통일신라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서 한날한시에 각각 출발했던 두 사람이 딱 마주친 자리가 여기였단다. 높이 14.5m의 이 탑은 현재 남아있는 신라의 석탑 중 가장 높다. 일대는 야외 조각공원으로 잘 꾸며졌다. 푸른 잔디밭에는 ‘문화재와 호반 예술의 만남’이라는 테마의 조각작품 20여 점이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칠층석탑 앞의 달(月) 모양 조형물이다.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영락 없이 달이다. 이게 또 인증샷 명소다.

충주는 신라에 속하기 전에는 고구려 땅이었다. 충주고구려비(국보 제205호)는 고구려가 한강유역을 차지한 것을 기념해 세운 비석이다. 높이 1.44m, 너비 0.55m의 4면 비석으로 1979년 발견됐다. 남한에 있는 유일한 고구려 시대 비석이다. 중앙탑면 충주고구려비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중국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형태는 비슷하다. 이보다 더 오래전에는 백제에 속했다. 교통과 물류의 요지, 군사력의 근간이 되는 철 생산지였던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고대국가는 맹렬하게 영토 다툼을 벌였다. 자고 나면 나라가 바뀌는 상황에서 속내를 함부러 드러내기 어려웠을 터. 충청도 사람들 특유의 우회적 화법은 이토록 치열했던 역사적 환경에서 비롯됐을 지 모를 일이다.

여행/ 청룡사지
청룡사지 보각국사탑.
여행/ 청룡사지 보각국사탑.
청룡사지 보각국사탑(가운데)과 청룡사지 보각국사탑 앞 사자 석등(오른쪽), 청룡사지 보각국사탑비.
충주에 국보가 3개 있다.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과 충주고구려비, 마지막이 청룡사지 보각국사탑(국보 제197호)이다. 청룡사지는 소태면에 있다. 청룡사는 절의 내력보다는 보각국사가 입적한 곳으로 더 알려졌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스승이 보각국사다. 보각국사탑은 보각국사의 부도인데 태조가 그의 죽음을 애도해 세웠단다. 탑 앞뒤에 충주 청룡사지 보각국사탑 앞 사자 석등(보물 제656호), 충추 청룡사지 보각국사탑비(보물 제658호)가 자리 잡았다. 탑을 알현하러 가는 길이 운치가 있다. 길은 주차장에서 10여 분 이어진다. 그래도 나무가 울창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듣기 좋다. 사위가 호젓하니 ‘충주 풍경길’이 아니어도 기억할만하다. 중간중간 충주 청룡사 위전비, 충추 청룡사지 석종형승탑이 차례로 나타난다.

충주에 즐길 것이 참 많아졌다. 서울에서 충주까지 멀지 않다. 자동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훌쩍 다녀오기 딱 좋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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