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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존중의 감사, 겸애(兼愛)의 실천

[칼럼] 노동존중의 감사, 겸애(兼愛)의 실천

기사승인 2020. 08.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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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_김승석상임감사
김승석 근로복지공단 상임감사
춘추전국시대 묵자(墨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노동에서 찾았다. 인류역사상 최초로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꿨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사회적 분업과 작업장 내 분업을 말하면서 능력과 효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과부, 그리고 고아도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4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능력과 효율은 강조되는 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너무나 부족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을 자각한 정부는 때로는 서서히, 때로는 급격하게 20년 이상 사회보장의 범위를 확대해 왔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기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세상이다.

30년 이상 경제학 교수로서,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필자가 올해 산재보험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상임감사로 일하게 됐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를 알고는 있었지만 와서 보니 노동현장의 최일선에서 노동자들의 사회복지를 위해 공단 직원들이 말없이 노력해왔음을 알게 됐다.

1964년 이후 도입된 산재보험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적용대상이 꾸준히 확대돼 수혜자가 크게 증가했다. 고용안전망의 큰 축인 고용보험 역시 1995년 도입된 이래 적용범위를 넓혀간 결과 기금지출규모가 올해 2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밖에도 공단은 기업의 도산으로 인해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일정 한도 내에서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해주기도 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직업훈련생계비를 융자해 주며, 노동자의 정서적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 서비스도 무상으로 실시한다.

우리나라가 아직 복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임금노동자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이르는 일하는 사람을 모두 아우르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동복지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나씩 다져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담당하는 감사라는 직책은 전통적으로 ‘공(功)’과 ‘과(過)’ 중 ‘과’를 다루고, 이를 판단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사후처벌이 아닌 사전예방의 감사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우수한 공적을 발굴해 칭찬하고 포상하는 감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이 투명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방향전환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와 더불어 청렴해야 한다. 공단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이 꾸준히 청렴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해온 결과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7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다른 기관에 대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는 감사인이 피감인에 대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사절차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예방감사, 투명감사, 인권감사는 이미 시대적 흐름이 됐다. 이러한 문화감사는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나아가 일하기 좋은 공단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가 쌓인다면 공단의 고객인 사회적으로 열악한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통해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다.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은 최대한 존중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좀 더 나은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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