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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노조 기관사 얼굴 보기 싫어서...차양막 쳐놓고 전동차 운행하다 사고

상대 노조 기관사 얼굴 보기 싫어서...차양막 쳐놓고 전동차 운행하다 사고

기사승인 2020. 09. 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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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역 추돌사고로 멈춰 선 열차<YONHAP NO-3215>
6월 11일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추돌사고 현장/연합
지난 6월 서울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간 추돌사고는 노조간 갈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맞은편 전동차에 탑승한 타 노조 소속 기관사를 보기 싫다는 이유로 차양막을 내린 채 운행하는 등 안전규정을 무시한 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6월 11일 오전 10시 43분 경, 창동차량사업소 입고를 위해 상계역을 통과하려던 서울교통공사 전동차가 같은 시각 상계역에서 정차 후 출발하던 한국철도공사의 오이도행 전동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추돌 과정에서 앞의 한국철도공사 전동차 3량이 탈선했고 이로 인해서 승객 80여명이 대피했다. 전동차 탈선 과정에서 경상자 수 명이 발생했으나 크게 다치거나 병원으로 이송 된 사람은 없었다.

이 사고로 인해 당고개~노원 구간의 운행이 중단되었고 대체 버스 8대가 투입됐으며 , 노원 이남 구간은 임시로 노원역 상계 방면 승강장에서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운행됐다. 복구작업은 오후 4시 경 완료돼 오후 4시 18분 부터는 정상운행이 재개됐다.

사고 초기에는 신호기 고장이 원인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30km/h 임시서행구간인데다 곡선 끝에서 상계역 승강장 시작점까지의 거리도 약 100m정도여서 선행열차를 발견해도 신호기 고장여부와 관계없이 상용제동으로 충분히 세울 수 있는 거리로 신호기 고장 가능성은 희박했다.

결국 서울시 감사 결과, 이 사고는 서울교통공사의 노조간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은 민주노총에 가맹된 다수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한국노총에 가맹된 소수노조인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으로 양분돼 있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는 통합노조(한노총) 소속이었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열차의 민노총 기관사의 얼굴이 보기 싫어 전동차를 운행하며 차양막을 쳐놓고 앞을 보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관사는 다수노조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소수노조 조합원들을 집단 따돌림시켜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호선의 경우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당고개~남태령 전 구간뿐만 아니라 코레일 과천선 선바위~금정 구간까지 ATC(열차자동제어장치, 선행열차의 위치를 파악해 후속열차에 안전한 운행속도와 정지신호 등을 지시하는 장치) 신호 방식이기 때문에, 기관사가 ATC 신호기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사고의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전동차가 상계역에 접근하기 전 멈춰 섰다가 자동 운행 모드로 전환되는 이상 현상을 보였지만 해당 기관사는 관제센터에 알리지 않고 계속 운행하는 등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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