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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부터 이정희까지…제약·바이오사 ‘연구맨’ 가고 ‘전략가’ 온다

서정진부터 이정희까지…제약·바이오사 ‘연구맨’ 가고 ‘전략가’ 온다

기사승인 2020. 09.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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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개 제약·바이오사 중 8곳 CEO, 비연구진 출신
관계자 "국내 제약·바이오사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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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의 주인이 연구맨에서 전략가로 바뀌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마케팅·영업·경영관리 분야에서 일하면서 경영 능력을 쌓은 이들이 대표 자리에 오르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를 두고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성장하며 나타난 경향이라고 분석한다.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신약 개발 이후의 과정까지 다각도로 고려해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액 상위 10개(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동국제약) 제약·바이오사 중 8곳의 CEO는 비연구진 출신이다. K-바이오 선두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삼성전자, 대우자동차 등에서 근무한 후 셀트리온을 창립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1978년 입사 후 병원영업부, 유통사업부에서 일하다 마케팅홍보담당 상무와 경영관리본부장을 지냈다.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은 윤재춘 대웅제약 사장은 공장관리센터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냈다.

기업 수장 자리에 비연구진 출신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 제약·바이오사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연구개발 역량이 크게 뒤처져 있던 과거에는 신약 개발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일을 핵심 과제로 여겨 연구개발 전문가가 CEO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구개발 역량이 크게 성장한 현재는 신약이 얼마나 상품성이 있을지, 어느 시장에 진출해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인지 등을 살피는 혜안이 중요해졌다.

제약·바이오사가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글로벌 역량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비연구진 출신 경영자의 등장을 재촉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수출을 통한 고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는 시점에서 현지 연구진을 섭외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상업화를 허가받는 등의 일을 수행하려면 현지 사정과 국가별 규제에 능통한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갖 변수가 속출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최선의 전략을 수립하는 경영적 능력이 중요해진 셈이다.

실제 비연구진 출신 경영자들은 장기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의 창립자이자 경영자인 서 회장은 2002년부터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현재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의 제품도 서 회장의 의지로 처음 출발했다고 전해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 회장은 유럽 의료진이 인플릭시맵 성분 피하주사(SC) 제형 제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재 유럽으로 수출되는 램시마SC를 탄생시켰다. 셀트리온 매출액은 최근 3년간 2017년 9490억원→2018년 9820억원→2019년 1조128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이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연구개발에만 약 3544억원을 투자하며 해외로 뻗어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왔다. 취임 직전 년도인 2014년 유한양행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5.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이 비율은 9.3%까지 증가했다. 그 결과 유한양행은 5건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고 4조원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영업에 주력하던 유한양행을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요 제약사 중 글로벌 역량에 두각을 보이는 대웅제약의 윤 사장은 자가면역질환·안구질환·항암 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한올바이오파마의 가능성을 보고 기업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현재까지 자가면역질환 항체신약 ‘HL161’,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 등 2개의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스위스 로이반트사이언스,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각각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대웅제약 매출액은 2017년에 9603억원, 2018년·2019년에 각각 1조314억원·1조113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연구자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경영을 더 잘한다고 볼 순 없지만, 여러 업무를 두루 수행하며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됐을 순 있을 것”이라며 “전문성이 강한 업종이긴 하지만 제약·바이오사도 하나의 기업이고, 이제는 글로벌 기업과 견줄 정도로 실력이 성장한 만큼 최고경영자의 종합적인 경영 능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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