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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테러’ 사건은 처벌조항이 없었다

‘정액테러’ 사건은 처벌조항이 없었다

기사승인 2020. 09. 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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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성범죄 정의 넓히도록 법 개정 필요"…법조계 "입법적 공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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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페이스북 ‘동국대학교 대나무숲’ 캡쳐
#지난해 동국대학교에서는 여학생이 벗어놓은 신발에 ‘정액테러’를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피의자에게는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됐다. 피해자는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피의자는 겨우 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2018년에도 부산교육대학교에서 같은 범죄가 발생했다. 당시 피의자는 교내 건물에 침입한 뒤 피해자의 과자 등에 범행을 저질렀지만, 경찰은 당시에도 피의자에게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혐의만 적용했다.

최근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음에도, ‘직접적인 위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의자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사례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여성계에서는 사회에서 반복되는 다양한 범죄가 ‘성(性)’과 관련돼 있음에도 현행법상 ‘성범죄’로 명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성범죄 정의를 넓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법적 기준이 없어 판사·수사기관의 재량으로 성범죄가 판별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성적 불쾌감을 느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범죄를 법으로 명시하고, 해당 법이 실질적으로 재판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범죄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생각지도 못했던 유형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요구도 더 빗발치는 상황”이라며 “다만 법 개정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먹구구식’이 아닌 구체적·명시적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성범죄를 인정하는 새로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정액 테러’ 사건이 분명 혐오스러운 범행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성범죄로 규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진희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사는 “신발에 뿌려진 게 정액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성범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게 뿌려졌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성범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도 “해당 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어떻게 일반화해 법제화할 것인지 난감할 것”이라며 “입법적인 공백이 있다고 판단하기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범죄를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성범죄로 단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추행이라는 의미 자체가 어떤 수치심이나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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