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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검사실까지 등장한 보이스 피싱에 母 유산마저 날린 20대

가짜 검사실까지 등장한 보이스 피싱에 母 유산마저 날린 20대

기사승인 2020. 09. 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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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서
서울 강동경찰서 전경./아시아투데이 DB
20대 여성이 영상통화까지 동원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에 어머니의 유산을 포함해 1억원이 넘는 전 재산을 갈취당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가짜 검사실을 차려놓고 영상통화 등을 통해 1억5000만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일당 1명을 붙잡아 나머지 인원에 대해 추적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피해자 A씨(25)에게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으니 현금을 찾아 금융감독원에 넘겨야 한다”며 서울과 경기 등 은행 10여곳에서 1억4500만원을 인출하게 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짜 검사실을 꾸며 A씨에게 영상통화를 건 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들의 서명과 인장이 있는 가짜 공문을 보여줬다.

A씨는 “수사상황을 남에게 발설하면 ‘보안사항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48시간 동안 구속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며 “각종 법 조항을 들먹이며 윽박지르길래 전화기 너머의 상대가 진짜 검사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A씨의 통장이 조직 사기에 사용됐고, A씨가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계좌에서 현금을 찾아 금융감독원에 넘긴 뒤 ‘금융거래명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흘간 서울과 경기 시내 은행 10여 군데를 돌아다니며 1억4500만원을 인출했다. 이후 인출한 돈을 수차례에 걸쳐 ‘내사 담당 수사관’이라는 남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어머니의 유산을 비롯해 A씨가 7년 넘게 모은 전 재산이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지나친 감시 탓에 경찰에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9일 이웃에게 ‘신고해 달라’는 쪽지를 건네고 나서야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이들 일당은 신고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진행된 약식조사는 취소됐고, 직접 검찰청에 출석해야 한다”며 연락을 끊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 중 1명은 경기 남부 모처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았다”며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다른 피의자가 택시에 타는 모습을 포착했고, 나머지 조직원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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