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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 “고시촌의 관악구,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 것”

박준희 관악구청장 “고시촌의 관악구,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 것”

기사승인 2020. 09. 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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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 (2)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24일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의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관악구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관악구 제공
‘고시촌’으로 알려졌던 관악구가 창업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24일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서울대의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관악’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학, 중국 칭화대처럼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등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성공한 창업 기업이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궁극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민선 7기 관악구청장으로서 ‘혁신경제도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8, 9대 서울시의원을 지낼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달라”였다. 실제로 우리 구의 경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신림동 고시촌 일대를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2008년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사법고시 준비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위축됐다. 고시촌 대부분을 차지하던 관련 업종들이 학원이나 고시원, 음식점 등 학생이 주로 찾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시촌 일대가 공동화 되는 과정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다.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 였을 것.

이제는 우리 구도 강남 테헤란밸리, 구로 G밸리 사이에서 ‘잠자는 도시(베드타운)’로만 머무를 게 아니라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구는 전체면적(29.57㎢) 중 주거지역이 51.8%(15.32㎢)나 되는 전형적인 주거 중심지다. 상업지역은 1.3%(0.39㎢)에 불과하다. 또 전체 사업체 중 종사자수 10명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94.5%)이고, 벤처기업수도 13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산업 기반이 약하다.

하지만 우리 구에는 국내 최고 인재들을 보유한 서울대가 있고, 덕분에 전국에서 청년인구 비율(40.4%)이 가장 높은 ‘젊은 도시’기도 하다. 1975년 서울대가 관악구로 옮겨왔지만, 40여 년간 서울대의 인적·물적·지적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청년들이 관내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주거나 직장 등의 문제로 떠나지 않고, 구에서 계속 지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실제로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실리콘밸리나 칭화대가 있는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을 보면, 우수한 인재가 모인 대학에 기업들이 몰리고 이는 다시 도시 경제발전으로까지 이어진다. 우리 구도 핵심자산인 ‘서울대’와 ‘청년’을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 앞으로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일하고 창업하는 ‘벤처창업도시’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서울대와 함께하는 대학캠퍼스타운 조성은 어떻게 되고 있나.

서울대의 인적·물적·지적 자산 등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 창업을 육성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대학캠퍼스 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오세정 현 서울대학교 총장이 오고난 뒤 창업밸리 조성 사업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긴밀히 협력해줘 감사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대와 함께 서울시 대학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4년간 시비 100억 원을 받게 됐으며, 이 외에도 구가 55억 원, 서울대가 105억 원의 재원을 올해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학동과 낙성대동 일대에 거점센터 4곳을 만들고 있는데, 명칭은 ‘창업 HERE-RO’다. 앞서 우리 구는 지난해 여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테크, 스마트헬스 등의 분야에서 창업기업 21개를 선발했다. 이들 기업은 낙성대동과 대학동에 위치한 캠퍼스타운 거점 센터인 ‘창업 HERE-RO2~4’ 등 총 3개 시설에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창업 HERE-RO1’은 서울대가 낙성대동에 내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30개 창업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규모로 교육실과 창업 홍보공간이 계획돼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새 공간에서 서울대의 인력과 기술력, 우수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본격적으로 대학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이 가시화되는 것. 궁극적으로는 창업을 시작으로 주거와 문화, 지역상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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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은 24일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관악구 제공
△이 외에도 ‘낙성벤처밸리’ ‘대학캠퍼스 타운’ 조성 등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낙성창업밸리와 대학캠퍼스타운은 제 스스로 민선7기 전반기 최대 성과로 꼽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다. 우리 구는 지난해 5월부터 낙성대동에 관악창업공간을 운영했다. 서울시에서 매입 후 리모델링하기로 하면서 잠시 운영이 중단됐지만, 운영 중단 전까지 11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활동한 덕분에 매출액 약 3억 5000만 원, 투자유치 3억 원, 각종 지원 유치 2억 원, 지식재산권 33건, 벤처기업 인증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 3월에는 낙성벤처밸리의 거점 역할을 할 ‘낙성벤처창업센터’와 ‘낙성벤처창업센터 R&D센터점’이 문을 열었다. 두 곳에는 총 15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치매예방, 교육, 친환경, 스마트 홈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꿈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구는 이처럼 창업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저렴한 비용으로 업무공간을 제공하고,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데모데이, 컨설팅 등을 통한 투자유치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낙성대 일대 창업공간 2곳이 더 생긴다. 시에서 50억 원을 투입해 관악창업공간 건물 전체를 매입했고,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이번 달부터 관악창업센터로 운영할 예정이다. 총 15개 창업기업이 입주할 수 있다. 또 하반기에는 관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낙성대동 주민센터 주차장 부지에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4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현재 3개인 창업인프라 시설을 2022년까지 13개로 늘일 계획이다.

창업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창업 공간도 있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강감찬)역 지하 1층에는 시민 누구나 창업 네트워크, 컨설팅, 교육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서울창업카페 낙성대점’을 새롭게 조성했다. 회의실, 네트워크 공간은 물론 유튜브 촬영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실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홍보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인프라 확충 이외에도 민간투자 활성화 등을 활발히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말씀대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초기 벤처기업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벤처기업을 지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금투자를 유도해 우수한 벤처기업이 첫 단계를 잘 밟을 수 있게 돕고, 자금 회수나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와 낙성벤처밸리 창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민간투자기관인 부국증권, 퀀텀벤처스코리아와도 협약을 맺었다.

특히 전국 기초자치구 중 최초로 200억 규모의 ‘창업지원펀드’를 만들었다. 우리 구 출자금은 5억 원인데, 200% 이상(10억 원)을 관내 소재 중소·벤처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관내 기업의 성장 및 지역 안착을 도모할 것이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잠재력을 갖춘 예비·신생 벤처기업에게 초기 사업비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케일 업 사업’도 지난해부터 하고 있으며, 벤처기업과 창업가의 아이디어가 지역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역안착 프로젝트’도 새롭게 시작했다.

우리 구에 위치한 벤처기업이라면 누구나 구청에 사업을 제안할 수 있고, 공익성이나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구 환경에 적합할 경우에는 구 사업과 연계하는 프로젝트다. 실제로 올해 봄에 낙성벤처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과 협력해 일자리 창출사업인 ‘관악 스마트 에이징 시니어’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창업 활성화의 궁극적인 목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꼽을 만큼, 지역상권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권 살리기 대표 사업인 ‘별빛 신사리 상권르네상스’에 대해 말해달라.

우리 몸의 실핏줄이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공급해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처럼, 지역 경제는 국가 경제의 기반이다. 특히 우리 구는 종사자수 10명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94.5%)으로, 소상공인이 지역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상황이다. 저는 취임 초부터 ‘단돈 1원이라도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역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르네상스 공모에 선정돼 순대타운을 포함한 신림역 일대(6만1906㎡)에서 2024년까지 5년간 총 80억 원이 투입되는 ‘별빛 신사리 상권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림역 일대는 순대타운 뿐 아니라 신원시장, 서원동 상점가, 관악종합시장 등 상권이 모인 곳으로, 연계해 활성화를 이끌기에 좋은 여건을 갖췄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림역 일대 상권이 점차 위축되는 분위기다. 저는 ‘별빛 신사리 상권르네상스’를 동력으로 신림역 일대를 서울 대표상권으로 부흥시키고자 한다. 서원보도교를 ‘별빛다리’로 탈바꿈하고, 낡은 수변무대와 그 일대를 정비하는 등 상권 이미지와 이용고객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킬 방침이다.

또한 우리 구의 청년인구비율이 전국 1위(40.4%)라는 점에 주목해 젊은 층을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특화된 경쟁력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위축됐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골목상권 활성화에 주력할 것.

현재 서울시 생활상권 육성사업에 선정돼 2022년까지 총 33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 프랜차이즈에 밀려 활기를 잃어가는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우리 구는 난곡동 등 5개 동네에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저는 골목상권 활성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관악구 권역별 골목상권 활성화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먼저 대상으로 5개 동네에서 골목상권 2곳, 총 10곳의 상권을 선정했으며, 2022년 6월까지 지역자원과 연계한 테마골목길을 조성하고, 주민공동체-전통시장 연계 효과를 창출해낼 것이다. 여기에는 총 20억 8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 관악구는 전통시장 살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 경영·시설 현대화를 추진했다던데.

현재 대부분 전통시장이 그렇듯 관내 시장들 역시 경기 침체와 고객 감소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 구에도 총 15개의 전통시장(무등록 5개 제외)이 있다. 먼저 우리 구는 먼저 전통시장 경영 현대화를 위해 장보기 배송서비스와 온라인 장보기 주문 서비스와 행사·축제·마케팅 분야 등 고객유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고객신뢰 등 5대 역량강화’ ‘성공 시장과 상인’ 등 연 2회씩 상인 교육을 실시해 의식 개선과 시장 자생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전통시장 단점으로 꼽히는 주차 문제에도 적극 나섰다. 신사, 신원시장에는 공영주차장을, 다른 전통시장 주변도로에서도 주차허용 구간을 마련해 시장 이용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 300여 개 시장 점포에 화재 신호가 자동으로 통보되는 사물인터넷(IoT) 화재알림 시설을 설치해 안전한 장보기 환경을 조성했다. 이 외에도 관악 신사, 신원시장 아케이드 개선, 봉천 현대시장 노후 전기시설 보수, 신사시장 증발냉방장치 설치 등 노후 시설을 대폭 정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향후 대책과 정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일상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활동 가능성을 염두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각종 회의나 교육을 영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할 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다양한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도 창업 프로그램 운영은 계속 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준비 및 투자, 마케팅 등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원스톱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악형 마더센터 아이랑의 랜선 클래스 프로그램이나 유아숲체험원에서 하는 비대면 숲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집콕으로 지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특히 우리 구는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미흡했던 부분을 바탕으로, 다른 비상 사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서를 제작해 이번 사태를 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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