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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바뀐 한가위’...“아들·딸들아 오지마라 오면 불효자”

‘코로나로 바뀐 한가위’...“아들·딸들아 오지마라 오면 불효자”

기사승인 2020. 09. 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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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영상편지 제작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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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가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불효자는 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모전공원 입구에 게시해 놓은 모습./문경=장성훈 기자
“아들, 딸들아! 올 추석엔 고향 오지 말그라!” “이번 추석에는 ‘불효자만이 온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전국 거리에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면서 예년과 다른 추석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명절때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지냈던 모습들이 올해는 비대면 한가위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명절 인사말은 ‘고향길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 방문을 환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전화로 행복을 전하세요’ ‘떨어져있어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고향에 오지말라는 내용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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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이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로 고향 안전을 지키고자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와도 된당께~’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했다./제공=보성군
전남 여수에 사는 80대 나모 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보고 싶어도 오지 않는 것이 효도”라며 “괜히 고향에 왔다가 코로나 걸리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보성에서도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이른바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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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추석명절 ‘효자는 한가위 때 안 옵니다’ 라고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제공=방수남
경북 의성군은 ‘며늘아 코로나로 욕보제, 추석엔 가마이 너거 집에서 쉬라’ ‘올해는 오지 말고 난중에 조용해지면 오니라’ 등 영상편지를 제작해 자식
들에게 보내주고 있다.

전남도
전남도가 추석명절을 맞아 어르신을 대상으로 ‘내손으로 만든 영상편지 제작’ 교육해 호응을 얻은 가운데 한 어르신이 영상물을 촬영하고 있는 사진./제공=전남도
또 휴대전화 화상통화 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ZOOM(줌)’을 이용해 여러 친·인척과 집에서 차례를 지내거나 인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60대 이모씨는 올해 추석 차례를 가족들이 모여 지내기 보다는 각 자 집에서 페이스톡을 통해 올리기로 했다. 휴대전화에 설치된 카카오톡 페이스톡을 이용해 차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씨는 “이달초 아버지 제사때 동생이 감기로 참석을 못했지만 페이스톡을 통해 지냈는데 생각보다 통화가 잘 이뤄졌다”면서 “이번 추석차례도 이 방법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추석 명절 고향 방문 자제하기 운동’의 하나로 온라인 성묘와 벌초대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전국에 화장시설을 두고 있는 지방정부들은 아예 사설 봉안·묘지시설 등을 추석 연휴에 전면 폐쇄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대신 직접 성묘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성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연휴인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화장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폐쇄했다.

대신 성묘객 분산을 위해 12일부터 29일까지 미리 성묘 기간을 운영 중이다. 또 이번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온라인 성묘 서비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예약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후 이날 현재까지 140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특히 인천 이외 타지역 신청자가 전체의 약 15%에 달해 추석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방역 당국의 요청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운영중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사용하면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간편하게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17곳 시·도의 추모시설을 찾을 수 있는데,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e하늘 온라인 추모관’을 선택하면 된다.

영정사진과 차례상, 헌화, 분향을 위한 기능이 제공돼 실제 차례를 지내듯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진첩과 추모글을 게시해 함께 읽거나 친척들에게 SNS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남도가 선보인 벌초 대행 서비스신청은 지난 17일 기준 1만2400건에 달했다. 현재도 신청이 접수되고 있어 500~600건쯤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남지역 농협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시민은 지난해보다 약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의 상담 신청이 배 이상 늘어난 지역도 있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 벌초 대행서비스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추석 전에 벌써 벌초 작업이 끝났을 텐데 올해는 신청이 밀려 지금까지도 요청이 들어오면 지속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창환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 대부분 고령층이라서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높다”며 “이번 추석은 이동을 자제하고 온라인으로 고향소식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아쉬움을 달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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