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정치가 검찰 덮어 버렸다”…‘라임 의혹 수사’ 박순철 남부지검장 자진 사퇴

“정치가 검찰 덮어 버렸다”…‘라임 의혹 수사’ 박순철 남부지검장 자진 사퇴

기사승인 2020. 10. 22. 10:5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라임 수사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 돼…검찰이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이냐"
추미애 수사지휘권 행사도 우회 비판
답변하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연루된 ‘라임자산운용(라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박순철 (56·사법연수원 24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자진 사퇴했다.

박 지검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사직 의사를 전했다.

박 지검장은 22일 오전 9시55분께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박 지검장은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사태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이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며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전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자신이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지검장은 “(김 전 회장이 주장한) 검사 비리는 이번 김 전 회장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다”며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께 전임 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고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한 것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사건 선정 경위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청법 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권과 언론의 입장 변화에 따라 검찰의 중립성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지검장은 “저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했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이냐”며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쩌면 또 한명의 정치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들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지검장은 “이번 라임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 왔고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며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또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져야 한다”며 “그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