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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 집 다시 찾아갔어도 피해 진술에 문제 없어”

대법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 집 다시 찾아갔어도 피해 진술에 문제 없어”

기사승인 2020. 10. 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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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다움, 신빙성의 근거 될 수 없다”
대법
성폭행 피해를 호소한 여성이 사건 이후 다시 가해 남성의 집에 혼자 찾아갔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강간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를 두려워하고 피해기만 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군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군(당시 18세)은 2018년 1월 미성년자인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은 사과를 받기 위해 사건 다음 날 A군의 집을 다시 찾았다가 재차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비슷한 시기 다른 미성년자를 상대로도 성폭행 사건을 일으켰고 재판은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가 이뤄졌다.

재판에서 A군은 B양과 합의 하에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을 뿐, 사건 다음 날 B양을 만난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날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사과를 받기 위해 혼자서 A군의 집으로 들어가 다시 피해를 당했다는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B양의 진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다음날 혼자 피고인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 경험칙이나 통념에 비춰 이례적인 행태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범죄 이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고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현장을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역시 “범행 후 피해자의 일부 언행을 문제삼아 ‘피해자다움’이 결여됐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피해자다움’이란 개념은 지난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유죄를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가 언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와 관련해 최성호 경희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피해자가 성적 피해를 당한 뒤에도 평소처럼 출근하는 등의 행위는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태도로, 피해자답지 못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피해자상을 설정해 놓고 그에 맞지 않으면 피해자가 아니라고 성급하게 의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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