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탐사] ‘공유경제 활성화’에만 함몰된 정부, 국민안전 등한시 하나?

[아투탐사] ‘공유경제 활성화’에만 함몰된 정부, 국민안전 등한시 하나?

기사승인 2020. 10. 28. 17:3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투탐사 전동 킥보드 3부작]
이제 무면허로 탈 수 있는 전동 킥보드, 정말 괜찮을까?
[하] 무면허시대의 전동 킥보드, 향후 과제와 대책들
아투탐사 로고
공유형 전동 킥보드 관련 문제점과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오히려 전동 킥보드 규제를 대폭 완화시키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이 채 2달도 남지 않았지만, 안전사고와 무단방치로 인한 민원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공유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에만 사로잡혀 정부가 국민의 안전은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10일부터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PM)’ 항목으로 분류된다. 면허 소지 없이 만 13세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자전거 도로에서의 통행도 허용된다. 범칙금 규정이 없어지면서 헬멧 등 안전장비를 미착용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 최고속도 시속 25㎞ 미만, 총중량 30㎏ 미만인 전동킥보드를 PM으로 규정해 사실상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다양한 개인이동장치 중에서 전동 킥보드도 현재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것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에서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했다”면서 “하지만 자전거 도로에서 움직이게 될 전동 킥보드와 관련해 이용시 안전거리 확보나 통행금지 구역 재설정 등은 다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전거 도로 통행 법령 완비도 아직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단방치로 인한 통행불편, 2인 이상 탑승, 차도와 도보를 넘나드는 주행 등의 문제는 아예 건들이지도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나중에 법을 시행하고 부작용이 속출하면 그때 돼 보완한다”며 “(우리는) 법을 집행하는 입장이라 통과된 법을 제대로 시행되게 준비할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헬멧 미착용 문제에 관련해서도, 당장 현행법만 보더라도 헬멧 미착용자에게는 범칙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며 “헬멧 미착용자가 90% 이상이기 때문에 보통 경고조치하고 계도 처리만 겨우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교통사망사고 '라임' 공유 전동 킥보드
지난 4월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도로에서 공유 전동킥보드와 차량이 충돌해 킥보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연합
전문가들은 최우선적으로 전동 킥보드의 무단방치와 도보·자전거도로·차도를 넘나드는 위협적인 주행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보도 위에서 운행하는 전동 킥보드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으며 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차도 운행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다수 전동 킥보드는 보도로 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다수 전동 킥보드는 보도로 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책은 누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형식적인 단속만 내세우지 말고 아예 보도 운행을 전제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PM인프라 구축과 무단방치를 금지하는 법을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의 경우에는 편의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전동 킥보드 충전·주차용 스테이션을 만드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 같은 택지개발 지구는 PM을 고려해 도시 설계를 하지만, 강남이나 홍대 같은 구도시들은 기존 인프라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에서 PM 인프라를 먼저 공급해줘야 하고, 공급이 어렵다면 운행을 제한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안 된다 싶으면 해당 지역에선 이용을 금지하는 등 과감히 운영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보호장비 미착용 시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심야 이용을 제한하는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심야시간에 전동킥보드 운행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 관련 법 위반 사항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며 “시민 안전을 고려한다면 일부 규제는 오히려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동 킥보드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생 사업을 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자전거와 비교하면 전동 킥보드에 대한 접근성이 더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와 유사 취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라며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받게 한다든지, 안전모를 제공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나오면서 교통 소통량도 원활하게 만드는 등 이동수단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다만 새롭게 등장한 이동수단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해 더 주목 받은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