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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제재’ 놓고 당국vs증권업계 입장 대립…CEO 운명은

‘라임 제재’ 놓고 당국vs증권업계 입장 대립…CEO 운명은

기사승인 2020.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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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판매 증권사 첫 제재심 열려
금감원-증권업계 의견 대립 격화
직무정지땐 최소 3년간 취업 제한
현직 박정림 KB증권 사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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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업계 사이의 의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제재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증권업계에서는 합심해 제재가 과도하다는 탄원서를 전달할 정도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의무인 만큼, 이를 책임지는 증권사 대표에 대한 징계를 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은행보다 무거운 징계를 내린 것도 조직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CEO를 직접 행위자로 판단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내부통제 미비로 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징계가 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자산운용사의 비위 행위로 인해 업계 전반의 수장이 ‘물갈이’될 만한 징계로까지 이어지면 향후 현장에서도 부담감이 커져 자본시장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소송까지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반발이 큰 만큼 다음 절차인 증권선물위원회나, 금융위원회에서 상황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열고 라임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 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의 전현직 CEO에 대한 임원 제재, 각 기관에 대한 기관 제재를 통보한 바 있다. 특히 임원에 대한 제재가 ‘직무 정지’ 수준의 중징계로 알려지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너무 과한 처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중징계 주요 근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른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해서도 판매 은행 경영진에 중징계 처분을 냈다.

이에 더해 금감원은 은행 조직에 비해 증권사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CEO를 내부통제의 ‘직접 행위자’로 판단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앞서 통보된 ‘직무 정지’ 수준 징계가 확정되면 해당 임원들은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제재 대상으로 오른 임원 중 현직은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있다.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했지만 2~3월까지 라임 펀드가 판매돼 부실 책임자로 지목됐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전 대신증권 대표 시절 발생한 문제라 중징계를 받더라도 현직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으로서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CEO에 대한 징계까지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금융사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이번 징계로 자본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의 일탈로 인해서 판매사까지 경영을 위협받을만한 징계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 판매 결정을 하는 직원들 또한 부담이 커지면서 상품 공급 자체가 어려워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한 “생각보다 고위 임원들에 대한 제재가 영업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대부분 1~2년 임기를 수행하는 임원들이 까딱 잘못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게 되면 소극적인 태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가 첫 제재지만 이 결과를 토대로 향후 다른 판매사들이나 옵티머스, 젠투 등 여러 사안까지 예상을 하게 되는데, 엮이지 않은 증권사가 없다”며 “이번에 수장 교체까지 이어지게 되면 전반적으로 ‘물갈이’를 하게 되는 셈이라 자본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제재심이 끝나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소송전으로 다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DLF 사태로 징계를 받은 당시 은행장들 또한 행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제재심에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금투협 관계자는 “업계를 대표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제재심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는 방향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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