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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형 기름여과장치로 선저폐수 무단방류 막는다

[칼럼] 소형 기름여과장치로 선저폐수 무단방류 막는다

기사승인 2020. 11. 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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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해양환경공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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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해양환경공단이사장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수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무지갯빛 유막! 때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막에는 어두운 진실이 숨어 있다. 유막의 정체는 대부분 소형선박에서 무단 방류되는 ‘빌지(bilge)’라고 불리는 선저폐수(船底廢水)다. 기름성분이 5% 미만인 유성혼합물로 보통 선박 기관실 밑바닥에 고여 있다. 선저폐수는 주로 선박엔진에서 흘러나온 연료유와 윤활유가 바닷물과 섞이면서 형성되었는데 황화수소, 암모니아, BTEX(벤젠, 톨루엔, 에틸렌, 크실렌) 등 유해 발암물질이 섞여있다.

바다에 선저폐수가 유출되면 1차로 식물성 및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고, 이를 다시 물고기가 먹는다. 이런 먹이사슬로 인해 해양생물의 산란을 저해하는 등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결국 식탁에 올라와 우리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선저폐수 무단방류는 해양환경관리법에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선저폐수 무단방류는 증가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되는 오염신고 6351건 중 약 60%가 선박의 선저폐수 무단방류라고 한다.

기름여과장치 설치 전경
기름여과장치 설치 전경.
그렇다면 이처럼 선저폐수 무단방류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관련 규정에 따르면 100톤 이상 선박의 선저폐수는 기름여과장치를 이용해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1만3700여 척에 이르는 5∼100톤급 선박은 선박에 선저폐수를 담을 용기(20~200ℓ) 비치 의무만 있고, 5톤 미만 선박 2만2000여 척은 그런 용기 비치 의무마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총 3만5700여 척에 달하는 100톤급 미만 선박의 선저폐수는 전국 59개(해양환경공단 13개, 유창청소업 46개) 육상 처리시설과 해양수산부(해양환경공단)에서 관리하는 전국 64개소 선저폐수 저장용기(1톤 규모)를 이용해 처리하고 있다. 전국에 1294개 항·포구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처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역적 편중도 심해서 어민 등 소형선박 운영자들은 무단방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해양환경공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8월 ‘소형선박 선저폐수 관리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부산, 전남 여수 등 전국 30여 개 어촌계와 일본 국토교통성 및 해상보안청 등을 방문해 해양선진국의 선저폐수 관리 사례를 조사하고 국내외 어민들의 생생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이를 통해 공단과 해양수산부 및 해양경찰청 등은 소형선박에서 발생하는 선저폐수의 심각성과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됐다.

연구 용역을 통해 공단은 100톤 미만 선박의 선저폐수를 관리하려면 무엇보다 기름여과장치의 설치가 긴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전문기업과 협업해서 소형 기름여과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형 기름여과장치는 직경 21cm, 높이 45cm, 무게 약 20kg의 사양으로 100톤 이상의 여과장치보다 87% 작고 85% 가볍다. 가격도 75% 수준인 1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췄다.

개발된 소형선박 전용 기름여과장치
개발된 소형선박 전용 기름여과장치.
공단은 이번에 개발된 소형 기름여과장치가 광범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100톤 미만 선박에 비치해야 하는 폐유저장용기와 더불어 이 장치도 동등하게 인정되도록 정부에 관련 규정 개정을 요청했고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한 개발된 장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 7월부터 7개월간 여수 소호항 일대 10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어민들이 직접 장치를 사용해보는 시범사업을 실시해서 사용 중 발견되는 미흡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할 계획이다.

해양환경공단은 앞으로 이번에 개발한 소형 기름여과장치를 상용화시켜 소형선박의 선주들이 합법적으로 선저폐수를 처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며, 이 장치가 소형선박의 선저폐수 무단방류를 크게 줄여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 가는 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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