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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는 이유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0. 11.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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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역사와 문화로 인한 사고방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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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코로나 19 방역 일환으로 영업 중지 된 밀라노 교외 쇼핑몰
요즘 한국에 사시는 지인들이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저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저도 지난 봄의 1차, 현재 2차 두 번의 락다운을 경험하면서 이탈리아인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 하나로 이들이 부유층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한국과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30살까지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저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자와 피해자의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이 망하고 일본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바로 6.25 전쟁으로 나라가 완전 빈털터리가 된 역사적 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수출을 많이 하고 부유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전 국민의 소망이었습니다. 이런 정서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살다가 이탈리아에 와보니 이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탈리아는 19세기까지 전국이 각자 공화국이나 왕국 등으로 따로 살다가 뒤늦게 통일한 국가입니다. 때문에 타 유럽 국가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특히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공업이 발달하여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기업이나 상점들의 설립년도를 보면 주로 1800년 대 후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0년 대까지 등락이 있었지만 꾸준히 발전을 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해 지금은 1인당 GDP가 이탈리아나 한국이나 대략 $30,000 정도 됩니다.

그런데 1인당 소득이 유사한 수준이라고 해서 국민성이나 사는 모습이 비슷한 게 전혀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통일이 완성된 1870년에 이탈리아에서는 산업이 막 부흥하고 한참 발전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1866년 병인양요가 일어났고, 1876년에는 굴욕적인 강화도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탈리아인에게는 근대사가 부흥의 시기로 기억이 되고, 한국인에게 근대사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직업의 종류에 따라 한국만큼 큰 소득의 차이가 없습니다. 대학을 나와 사무직으로 취업을 해도 전문기술을 익혀 기술자로 일하는 사람과 소득이 비슷하거나 못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대졸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한국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거기에 이탈리아 대도시의 경우 서비스 물가가 한국 수도권의 두 배 이상이라 실제 체감하는 소득은 더 낮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다들 잘 아시는 소득세가 높아 월급의 절반은 국가에서 떼 갑니다. 식료품을 제외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세도 22%나 되어 상당히 높습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0년 현재 이탈리아인들은 앞에서 언급한 여러 원인 때문에 통계 수치가 아닌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소득 수준은 한국보다 낮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계속 잘 살아왔고, 여러 복지시스템이나 사회 구조가 선진국형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이 부유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한국은 생각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국가인데, 국민들이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국가 다 정신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노인들이 예전 시대의 마인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젊은 세대야 이탈리아인이든 한국인이든 어느 정도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데, 노인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과거의 화려했던 국가의 ‘영광’을 잊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노인들은 가난 때문에 주눅 들어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탈리아 노인들은 당당하고 잘 차려입고 다닙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을 부유한 국가의 국민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부자처럼 행동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한국에서 일부 부유층이 하는 행태 그대로를 전 국민이 그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 지난 봄에 미국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와서 자가격리 14일 동안 5번이나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사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예로는 강남 모녀 중 딸이 도착 당일에 인후통과 근육통, 오한을 느꼈지만 4박 5일의 제주도 여행을 강행한 사건입니다. 평소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다 보니 자제가 안 되었겠지요.

이 두 가지의 예는 많은 이탈리아인의 심리와 비슷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은퇴한 노인도 앞서 말한 두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노인들이 자녀도 만나지 않고 코로나 19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노인 세대도 식료품 물가가 싼 데다 국가 의료보험과 연금제도 덕택에 병들거나 굶어 죽을 걱정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여름휴가도 몇 주씩 다녀오고 친구들하고 외식도 자주 하는 등 한국의 노인들에 비하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습니다. (이탈리아도 과거에는 노동환경이 아주 열악했습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낫다는 말입니다. ) 코로나 19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 하고 사는 상황이 이들에게는 너무나 견디기 어려운 것입니다.

거기에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이것도 부자의 심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부잣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자기 집안이 공개될까 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탈리아인들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은 왜 유럽인들이 그렇게 사생활에 민감한지 잘 이해를 못 하는데, 한국의 부자들과 똑같은 심리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확진자 동선 추적을 위해 앱을 설치하라고 하면 국민들이 그 말을 듣겠습니까? 전 국민의 20%만 설치해서 해당 앱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사생활 침해를 걱정해서 길거리에 CCTV도 설치 안 하고, 차량에 블랙박스도 설치를 안 하는 나라에서 적용할 수 없는 ‘한국식 모델’입니다. 그럼 도둑맞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신고는 하지만 물건을 되찾을 기대는 크게 하지 않습니다. 내가 피해를 입을지언정, 사생활은 절대로 공개 못 하겠다는 정서가 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우리도 평소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국가적으로는 동선 추적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거의 없는 상황이고, 많은 이들이 다 먹고 싶은 것, 놀러 다니고 싶은 것 자제를 못 하고 다 하고 다닙니다. 제멋대로 하는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락다운을 실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제멋대로 하는 국민들이 법과 규칙을 왜 잘 지키냐 하면, 선진 국민이라는 의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를 통제하지 못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부자의 심리라는 관점에서 다뤄봤습니다. 보통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로 해석을 많이 하는데, 한 원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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