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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외국인만 체포하고 통역 제공 안한 경찰…‘인권침해’

인권위, 외국인만 체포하고 통역 제공 안한 경찰…‘인권침해’

기사승인 2020. 11.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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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 전경./아시아투데이 DB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해서 통역사 없이 외국인을 신문하는 행위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23일 인권위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을 상대로 통역 제공 여부, 신뢰관계인 참여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경찰관들에 대해 징계조치와 함께 직무 교육을 할 것을 경찰청장 및 해당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3월 모로코 국적 피해자의 아내인 진정인 A씨는 “피해자가 파출소와 경찰서에서 통역 없이 조사를 받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3월 피해자가 한 아파트 노상에서 이삿짐 사다리차 일을 하던 도중 처음 보는 행인 B씨가 다가와 욕설을 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B씨는 “너 불법 체류자 아니냐”며 위협을 가했고,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B씨 또한 ‘외국인이 불법으로 사다리차를 운행한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 도착 후 10여분 만에 피해자만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B씨에 대해서는 현장 진술조서만 받았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통역 없이 조사를 받았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해자는 한국에서 8년 정도 거주해 한글을 어느 정도 읽고 쓸 수 있으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법률용어를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파출소 폐쇄회로(CC) TV 영상에 따르면 경찰관들과 피해자가 손동작을 하면서 대화하는 모습이 수차례 확인되는 등 한국어만으로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형사절차에서의 진술은 다른 문제이므로 의사소통의 왜곡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외국인의 경우 우리나라 형사절차에 대해서 생소하거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형사절차에서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관들이 현장 도착 후 10여분 만에 행인에 대해서는 자진출석하도록 안내하고 외국 국적의 피해자에 대해서만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을 신문하는 경우 통역의 제공 여부·신뢰관계인의 참여 여부·요청사항 등에 대해 반드시 확인하고, 그에 따른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며 “미란다 원칙 고지 확인서·임의동행 확인서와 우리나라 형사절차에 대한 안내서 등을 보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자료를 마련하고, 일선 파출소 및 지구대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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