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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성탄절 준비, “퐁듀는 따로 먹고 악기도 연주하지 말라”

스위스의 성탄절 준비, “퐁듀는 따로 먹고 악기도 연주하지 말라”

기사승인 2020. 11. 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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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가족모임 막을 수 없다면 집에서도 접촉 최소화
식탁에서도 사회적 거리 유지하고 가족단위로 따로 앉아
식기와 와인병도 여러 사람이 만지지 않도록 주의
스위스 남부의 루가노시청 앞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박수정 베른 통신원 제공

“어떻게 성탄절을 보낼지 가족과 미리 상의해보세요”


매일 몇 천명 단위로 코비드19 전염병 확진자가 발생하는 스위스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벌써부터 거리엔 성탄절을 준비하는 조명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반짝이고 있다.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티치노주 루가노 시청 앞에는 매년 그랬듯이 헬리콥터로 운반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다. 4층 건물 높이보다도 높은 대형 나무이다. 시내에 있는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마켓과 무대 설치 준비로 벌써부터 분주하다.

온 가족, 친구, 연인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보냈던 스위스의 성탄절. 코로나 판데믹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스위스 연방보건당국(FOPH)에서 성탄절 연휴기간 동안의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연방보건당국은 ‘성탄절 기념행사(또는 식사)를 미룬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고 언급하며, 그래도 함께 모여 성탄절을 보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연휴를 함께 할 것인지 미리 충분한 상의‘를 하라고 권고했다. 성탄절에 가족모임을 금지할 수 없다면, 충분한 상의와 준비를 통해 모임 내에서 최대한 접촉을 줄여 확산을 막자는 것이다.

연방보건당국은 성탄절 전과 후로 나눠 지침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탄절 선물을 미리미리 계획하고 구매하라는 것이다. 쇼핑 리스트를 사전에 만들어보면 무엇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계획할 수 있어서 쇼핑으로 인한 외부 접촉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것은 외부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상점에서 직접 구매해야 한다면 최대한 현금사용을 줄이고 비대면 방식의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강조했다.

성탄절을 보내기 전 함께 상의하고 결정해야 할 사항도 여러 가지가 있다. 다 함께 모였을 때 어떻게 접촉을 최소화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면, 식사 자리에 어떻게 앉을 것인지, 음식은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다. 스위스에서는 치즈를 녹여 빵을 찍어 먹는 퐁듀(Fondue)가 유명하다. 퐁듀는 하나의 냄비에 녹인 치즈를 여럿이 공유하는 음식이라 아무래도 사람간 거리가 가까울 수 밖에 없어 접촉과 전염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연방보건당국은 퐁듀도 여러 개를 준비하여 식탁 위에서도 사회적 거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권장한다. 또한 여러 테이블에 따로 떨어져 앉고, 한 테이블에 같이 앉을 때는 가급적 각각의 가족단위로 앉을 것을 권한다.

가급적이면 실내 공간 중 가장 넓은 방에서 모여야 하고 주기적으로 환기도 해야 한다. 연방보건당국은 식전파티(Drink receptioin) 같은 시간은 야외에서 보내는 것을 고려하도록 안내한다. 아무래도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전염이 되거나 코비드19에 걸릴 확률이 낮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여러 사람이 같은 접시나 샴페인, 와인 병을 만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성탄절 연휴를 보내는 동안 아무리 신이 나도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입이 닿아 후후 불어야 하는 악기연주를 자제하고, 최대한 레코드음악으로 성탄절을 즐겨달라는 독특한 권장사항도 있었다.

연휴기간 동안 아무도 모르는 틈에 일어났을 수도 있는 확진자와의 접촉에 대비하여 연휴가 끝나더라도 가급적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줄이는 것이 좋다. 손님들이 머물다 간 곳에서는 반드시 문고리나 화장실 등 집안 곳곳을 소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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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보건당국에서 지난 10월 말 발표한 코비드19 대응 국민수칙이다. /제공= 스위스 연방보건당국(FOPH)
스위스는 지난 봄의 1차 확산 때보다 더욱 심하게 코로나 판데믹을 겪고 있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제네바 주는 인구 10만 명 당 7천명이 넘는 확진 발생비율로 유럽 내 가장 높은 확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성탄절이 오기 전까지 급증하는 확진 추세를 꺾기 위해 제네바 주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는 부분적 락다운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28일 (현지시간) 기준 하루 확진자는 총 4,312명을 기록했고, 7일간의 평균은 3,902명으로 지난 주보다 20% 가량 줄어들었다.

스위스는 7월 초가 돼서야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 이용 시 마스크를 쓰도록 지침이 내려졌다. 이후 3개월이 지난 10월 말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응방법이 불충분했음’을 인정하며, 야외행사나 모임 인원을 1,000명 이내에서 최대 15명 미만으로 지정했다. 또한 공동으로 사용하는 실내공간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을 의무화했다.

취리히대학의 토마스 스테펜(Thomas Steffen)교수는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 이후로 사무실 공간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 위생 개념을 지키고 있다‘고 현지매체를 통해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아늑한 공간인 집에서는 이런 개념이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성탄절을 ’아늑한 집‘에서 보내는 스위스 사람들이 정부의 지침대로 잘 지켜줄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번 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성탄절이 되더라도, 다가오는 2021년은 격리와 락다운으로 시작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2021년 성탄절에는 ‘코로나가 휩쓸었던 다신 없을 독특한 성탄절이었다‘며 웃으며 돌아볼 수 있기를, 모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는 치즈 퐁듀를 즐길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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