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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무서워”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터키 시민들

“코로나가 무서워”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터키 시민들

기사승인 2020. 12. 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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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집'이 '겨울집'으로…
지역 불안만 더 커진다는 경고도
이스탄불 이스티클랄 거리
터키 이스탄불 이스티클랄 거리.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적이고 있다/사진=정근애 이스탄불 통신원
터키에는 ‘여름집’이라는 문화가 있다. 무더운 여름 동안 도심의 집을 비우고 조용한 시골이나 경치 좋은 관광지에 마련해 놓은 별장에서 생활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올해는 겨울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름집’에서 돌아오지 않는 터키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코로나19를 피해 자연 속의 고립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손 다키카 등 현지 언론에서는 대도시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름집에 남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겨울이 되면 늘 조용했던 리제 지역의 여름집들에선 올해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탄불·부르사·앙카라 등 대도시에서 여름집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가지 않고 있는 시민들 덕분에 동부 흑해 지역이 북적이고 있다. 여름을 맞이해 리제 시골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도 돌아가지 않고 포도밭과 정원을 가꾸고, 난로 근처에서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르사 울루다으산 해발 1200m에 위치한 한 산골 마을은 올해 인구가 무려 10배나 늘었다. 이곳은 부르사 중심지에서 100km, 하르만즉 지역에서 15km 떨어진 코자프나르 마을이다. 이전에는 여름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촌장 부부와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 부부 단 4명만이 거주하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며 전체 인구가 39명으로 늘며 화제가 됐다. 새로 터전을 잡은 가정의 아이들은 원격 교육을 통해 학교 수업을 듣고, 어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과일 나무를 돌보거나 장작을 팬다.

이렇게 여름집에 남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은 “예전에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며 도시로 돌아갔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이곳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적어도 올해 겨울은 시골에서 조용히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집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해당 지역에 원래부터 거주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터키 남서부 휴양 도시인 보드룸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드룸의 여름집을 찾아왔던 시민들이 도시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올 겨울 해당 도시의 인구가 두 배로 상승해 약 60만 명에 이른 것이다. 보드룸 주민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름집을 찾아 온 사람 50명 중 20명이 돌아가지 않는다”라며 “이들 때문에 보드룸이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됐다. 이 곳에 오지 말고 당신들의 집에 머물러라. 우리는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부르사 코자프나르 마을
터키 부르사 코자프나르 마을/출처=코자프나르 마을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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