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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치매정명(癡呆正名)

[칼럼]치매정명(癡呆正名)

기사승인 2020. 1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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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 경동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치매(癡呆)라는 단어는 어리석고 미련함을 뜻하는 한자로 이뤄져 환자를 비하하고 가족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痴는 癡를 줄여 쓴 것으로, 병들어 기댈 녁(疒)과 '알지(知)'로 이루어져 '지능이 병들어 병상에 누워있다'는 뜻을 지닌다.


呆는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 또는 '사람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로 어린아이 수준으로 퇴행했음을 의미한다. 일본이 서양의 학문을 한창 받아들이던 19세기 후반에 역사학자인 구레 슈조가 'dementia'라는 라틴어 의학용어의 어원을 반영하여 '癡呆'라는 한자로 옮긴 것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일본을 포함한 한자권 나라는 모두 치매를 정명(正名)했다. 대만은 2001년도에 '치매증'을 '실지증'으로, 일본은 2004년도에 치매를 '인지증'으로 변경했고, 홍콩도 2010년도에 '치매증'을 '뇌퇴화증'으로, 중국도 2012년도에 홍콩과 같이 '뇌퇴화증'으로 병명을 바꿨다.


오직 우리나라만 일본의 명명을 유지하고 있다. 병명은 질병의 '본질'을 잘 드러내야 함과 동시에 편견과 차별을 불러오지 않아야 한다. 질병이 본질과 무관하게 단지 차별적 '병명'으로 인해 그 질병을 앓는 환자에게 '주홍 글씨'가 새겨져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질(癎疾),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 나병(癩病)에서 이러한 예를 경험했다. 이 병명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제는 뇌전증(腦電症), 조현병(調絃病), 한센병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질환에 이름을 정명하면서 극복해 왔다. 그런데 왜? 유독 치매는 이리도 정명하기 어려운 것일까?


치매의 전 단계로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치매 치료의 적기로 일정 정도 개선 또는 유지 등의 효과를 보이는 단계로 규정된다. 하지만 이때부터 치매로 불린다면 주홍글씨라는 낙인으로 두려움을 느끼지만, 경도인지장애로 불리면 부드러운 명명으로 극복의 인식이 시작된다. 이토록 이름은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다.


이와 관련해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공자가 이름의 중요성을 역설한 부분이 있다. 논어의 한 구절을 보면 "子路曰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子路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자로가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께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을 먼저 하실 겁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는 정명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자로는 "선생님께서는 참 세상 물정을 모르십니다. 지금 같은 때에 어찌 명분을 바로잡는단 말입니까?"라고 하자 공자는 "자로야 군자는 알지 못하는 일에는 참견을 하지 않는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게 된다. 말이 순리에 맞지 않는 다면 일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공자는 정치의 시발을 필야정명호(必也正名乎)라고 했다. 반드시 정명을 먼저 해야겠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의 개념이 부정확하다 하여도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할아버지 할머니 사회로의 운명을 걸어가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가파른 곡선이고 얼마나 빠른 재앙인지는 더 이상 피력하지 않겠다. 치매의 정명을 통해 인식의 차원이 정책의 차원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치매정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국민이 하나 되어 치매를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고 나아가, 또 한번 온 국민이 화합해 초고령사회를 극복하는 모습을 세계에 알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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