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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천만다행’의 기로

[아투 유머펀치] ‘천만다행’의 기로

기사승인 2021. 01. 0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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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2021년 새해 태양이 밝았다. 신년 벽두에는 모두가 희망을 이야기하고 행복을 축원하는 덕담을 나누기 마련이다. 지난해 태양이나 새해 태양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다시 한 해의 시간표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비와 영욕이 교차할 따름이다. 완벽한 계절은 없다. 완전한 시간도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가고 낮과 밤이 뒤바뀌면서 변화무쌍한 세월은 또 일정하게 흘러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결점이 없는 인격체는 없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설파했던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도 ‘인간은 천사도 짐승도 아닌 중간자’라고 하며 인간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장점과 함께 단점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인물 좋고 능력 있고 훌륭한 인격까지 갖춘 사람은 드물다. 사람의 됨됨이를 고추에 비유한 사자성어 유머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크고 맛도 좋은 것을 ‘금상첨화’라고 한다면 작고 맛도 없는 것을 ‘설상가상’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크기는 큰데 맛은 없는 ‘유명무실’이 있고 비록 작지만 맛은 좋은 ‘천만다행’도 있다. 이 유머는 많은 변형된 이야기들을 파생시켰다. 자세도 좋고 스코어도 좋은 골퍼, 또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여학생을 금상첨화라고 하며, 그 반대의 경우를 일러 설상가상이라고 하는 농담을 나누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치인도 여기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으면서 입만 열면 국민과 민주와 정의와 개혁을 외치는 정치인은 스스로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더 큰 낭패는 설상가상의 참담한 현실도 모르고 헛소리를 반복하는 ‘유체이탈’이나 모든 일을 남탓으로 돌리는 ‘내로남불’ 나아가 되레 눈을 치켜뜨고 큰소리를 치는 ‘적반하장’의 행태다.

무림의 고수는 겸손함과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금상첨화의 내외면적 구조다. 설상가상에 가까운 졸장부일수록 오만하고 경직된 양상을 보인다. 경자년 쥐를 속이고, 신축년 소를 웃기다가는, 임인년 범에게 물려갈 것이다. 신축년(辛丑年)의 지지(地支) 축(丑)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전환기다. 설상가상의 겨울 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과 민심에 순응하며 천만다행이나마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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