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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우리은행 임원, 입행사 안 밝히는 이유

[취재뒷담화]우리은행 임원, 입행사 안 밝히는 이유

기사승인 2021. 01.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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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부 정단비 기자
“우리은행이 1989년에도 있었나?”

지난 4일 김정기 우리카드 신임 사장의 취임사를 보던 중 프로필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김 사장의 프로필에 1989년 ‘우리은행’ 입행이라고 표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같은 날 우리금융그룹이 새로 식구로 품은 아주저축은행의 대표도 내정했는데, 신명혁 아주저축은행 대표 내정자 프로필에도 1992년 우리은행으로 입행했다고 돼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은행이 ‘우리은행’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입니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이 창립된 게 1899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합병한 뒤 한빛은행으로 개명했습니다. 2001년에는 평화은행까지 흡수합병하면서 2002년에서야 우리은행이 됐습니다.

즉 김 신임 사장과 신 대표 내정자는 엄밀히 따지면 ‘우리은행’ 입행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김 신임 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이고, 신 대표 내정자는 평화은행 출신입니다. 출신은행간 불필요한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과거 우리은행은 암묵적으로 한일·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 은행장을 맡아왔고, 임원 인사에서도 양 은행의 숫자를 고려해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리은행 측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출신은행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손 회장은 개인의 능력과 품성을 바탕으로 인사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권광석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더구나 통합은행으로 입행한 직원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이들 중 지점장까지 나온 상황에서 더 이상 출신 은행을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는 얘기죠.

비단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들의 역사를 보면 인수합병을 거쳐 덩치를 키워왔습니다. 어쩌면 조직 간의 합병이 있다보면 출신간 갈등은 구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우리금융을 비롯해 금융권에서 ‘라인’ ‘출신’이 조직 문화와 인사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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