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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란의 韓 유조선 나포, 외교로 풀어내야

[사설] 이란의 韓 유조선 나포, 외교로 풀어내야

기사승인 2021. 01. 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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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가 4일 오르무즈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미 국무부는 즉각 유조선 억류해제를 요구했다. 정부는 청해부대 최영함을 급파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억류 동기를 섣불리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며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리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가 진가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란 혁명 수비대는 한국 유조선이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사인 디엠쉽핑 측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접촉한 해역은 공해상이며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수출하고 미국의 제재로 받지 못한 70억 달러가 도화선이 됐다고 하지만 강 장관 말대로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2018년 5월 ‘이란 핵 합의’ 탈퇴 후 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한국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이란과의 교역 및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이란은 한국에 원유대금 70억 달러 동결 해제를 요구해왔다. 이란의 한국에 대한 불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게 이번 유조선 피납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해법도 그만큼 복잡하다.

주목할 것은 우리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이란에서는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데 사건이 터졌다. 제재 중의 이란에 70억달러는 큰돈인데 백신으로라도 받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미 CNN은 한국이 “중립적 희생자”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라는 뜻이다. 이란은 이날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높인다고 선언했다. 곧 출범할 미국 차기 행정부에 제재완화와 조속한 핵 합의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다. 제재에 동참하는 美 동맹국엔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철저히 외교를 통해 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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