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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경찰

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경찰

기사승인 2021. 01.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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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쫒기위해 밤낮없이 근무
순직 60%, 과로에 의한 질병탓
"성과주의 조직문화 개선 절실"
검찰, 우병우 수석 아들 의혹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압수수색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현직 경찰관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경찰의 성과주의식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를 검거해 공로를 인정받은 50대 경찰관이 퇴근길에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강력팀장 고(故) 박성수 경위(51)는 생일인 지난 11일 자정이 넘은 시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졌다. 여성·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담당하고 있던 박 경위는 기저질환을 앓으면서도 용의자들을 쫓기 위해 매일 밤늦게까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에 매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당일에도 후배 경찰관들을 먼저 퇴근시킨 뒤 홀로 미제 사건과 씨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위가 생일상도 미루고 수사한 건 관내에서 벌어진 중·고교생 불법촬영 사건이었다. 관악서는 지난해 12월 여성들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피의자 A씨를 검거했는데 100명이 넘는 피해 여성 중 90여명이 중·고교 여학생들로 밝혀졌다. 박 경위는 동료 경찰들에게 “피해자 상당수가 내 딸과 비슷한 또래인 중학생들”이라면서 “우리 딸이 생각나서 이런 놈들 더는 못 봐주겠다”며 수사에 매진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잦은 초과근무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사망한 광주경찰청 소속 류모 경정(56)에 대한 순직이 인정됐다. 고인은 경찰관 체력검정에서 2년 연속으로 1등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으나 사망 당일까지 2년 동안 매달 10차례 가량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오후 9시 후에 퇴근했다. 연평균 초과근무 비율이 평일에는 82.3%, 휴일에는 48.7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순직 60% 과로에 의한 질병…트라우마 정신적 손상 위험도 높아

경찰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순직의 60%는 과로에 의한 질병으로 집계됐다. 공상의 45.8%는 안전사고로 발생했다. 현직 경찰관들이 강력범죄 사건사고를 자주 목격하면서 트라우마 등 정신적 손상 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경찰 안팎에선 과중한 업무량이 승진·성과주의에 매몰된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주의 환경은 일선 파출소 근무 경찰들에게까지 과로를 일으켜 질병이나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한 파출소 근무자는 “야간에 취객이 행패를 부리거나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인원이 적은 파출소는 3조 2교대로 근무해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고나 과로사 외에도 경찰관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업무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우울감과 신병비관 등과 연관있다는 분석이다. 불규칙적 생활과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장질환 등 치명적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경찰관의 심리치료나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건강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무리한 근무조건을 바꾸고 현장인력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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