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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본 아시아] ‘하나의 중국’에 희생된 위구르 上

[우리가 못본 아시아] ‘하나의 중국’에 희생된 위구르 上

기사승인 2021. 01.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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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한족과 함께 55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이들을 통합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에 많은 소수민족들의 전통문화와 정체성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중심으로 한 1100만 명의 위구르족은 중국에서 가장 탄압받는 민족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신의 고향에서 밀려나고 있는 위구르족을 아시아투데이가 <우리가 못 본 아시아> 기획을 통해 조명합니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선미리 기자 = 1989년 중국의 천안문(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시위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에서 일어났던 봉기다. 2009년 7월, 1000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분리독립을 요구했던 봉기에 중국 정부가 군경을 투입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수백 명의 위구르족이 사망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중국은 이후 위구르족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왔다. 당국은 분리주의 이슬람단체의 위협과 테러에 대처한다는 입장이고, 위구르족과 인권단체들은 폭력 사태는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우루무치 사건 이후에도 신장에서는 크고 작은 소요사태가 수차례 발생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국제인권단체는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수용소에서 탄압을 받고 있다고 추정한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츠에 따르면 위구르인들은 철저한 감시속에서 살아간다. 위구르인들은 DNA와 생체인식 샘플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당국의 감시는 일상 곳곳에 녹아 있다. 모스크·학교·시장 심지어 버스와 택시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이렇게 촬영된 행동은 공안에 전송된다. 창살없는 거대한 감옥인 셈이다.

중국은 최근 정부가 위구르족 여성 수십 만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임신 여부를 검사하고 자궁 내 피임장치나 불임시술, 심지어 낙태까지 강제하며 ‘인종청소’에 나섰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중국이 시도해오고 있는 정치적 통합과 안정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세계가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중국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위구르족은 티베트와 함께 가장 큰 눈엣가시다. 중국 한족과 외양·언어·복식·음식과 풍속에 이어 종교까지 문화적 특질이 매우 다른데다 끊임없이 독립을 주장하고 있어 국가통합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신장 지역에 8세기 경 정착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계 위구르인은 중국 왕조와 협력·갈등을 반복해왔다. 이슬람교가 전파되며 신장은 이슬람을 믿는 위구르족이 살아가는 터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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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터키로 망명한 위구르족들이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탄압에 반대하는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제공=AP·연합
신장이 본격적으로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되고 영토에 편입된 것은 청나라 때로, 불과 200여 년전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독립을 유지하며 자체 민족국가를 구성했기에 위구르족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1933년 위구르인들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동투르키스탄 이슬람공화국을 세웠으나 이듬해 멸망했다. 1944년에도 같은 이름의 국가를 세웠으나 5년 후 중국에 멸망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나 위구르인들은 독일·파키스탄·터키 등 해외 각지에 독립을 위한 본부조직이나 망명정부를 구성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영토 전체에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면적은 약 63.7%에 달한다. 다수민족인 한족에 비해 작은 인구이지만 광대한 지역에 걸쳐 있는데다, 대부분의 지역이 현대 중국의 경제발전·정치적 안정과 대외적 위상을 위해 꼭 필요한 요충지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경우 중국 전체 석유의 30%·천연가스의 34%·석탄의 40%가 매장돼 있다. 지난달 1일에는 5억 톤에 이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장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잇는 에너지 및 천연자원의 육상수송로로 자원 안보상의 중요성도 무척 크다.

중국은 1999년 서부대개발을 시작으로 그간 개혁개방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부지역에 대한 발전을 추진하며 소수민족에 대한 지원 확대도 내세웠다. 그러나 동시에 요충지인 신장에 한족을 대거 이주 시켰다. 2012년 기준 약 2233만 명이 살아가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 한족은 40%인 900만 명까지 늘었다. 대부분의 위구르인들은 도시가 아닌 농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득도 한족에 비해 턱없이 적다.

대개발 시작 이후 신장위구르지역 경제는 2010년대 초까지 매년 두 자리수의 성장률을 보이며 발전했지만, 이 같은 경제적 성과는 대부분 한족에 집중돼 위구르인들의 사회경제적 박탈감만 가중됐다. 위구르족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점차 외지인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이 더 많은 교육과 고용의 기회를 주겠다며 실시한 중국화 정책도 중화민족주의 강조·민족 고유문화 상실·학교 교육에서 중국어 사용 강제 등으로 되려 소외감과 박탈감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냈다. 역사·문화·종교적 원인에 더해 이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지며 자치보장을 넘어선 ‘독립’을 원하는 위구르인들의 열망도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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