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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구속 최악의 위기…“5년·10년 후 암흑기 올수도”

삼성, 이재용 구속 최악의 위기…“5년·10년 후 암흑기 올수도”

기사승인 2021. 01. 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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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구속됨에 따라 삼성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삼성은 대규모 투자는커녕 당장 그룹의 안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위기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자”는 이 부회장의 지론도 이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초대형급 위기를 뚫고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5년 뒤, 10년 뒤 삼성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긴 안목으로 대규모 투자를 발 빠르게 결정해야하는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전문 경영인의 지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인텔이 기술 개발에 한차례 뒤쳐지며 반도체 강자 이름이 무색하게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이 초인류기업 삼성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반도체, 바이오 다음으로 삼성이 육성할 신사업에 대한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져 삼성의 성장 시계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의 대규모 시설투자, 인재 채용 등이 불확실해지면서 삼성과 거래하는 2200여개 협력사역시 그간 누렸던 삼성발 훈풍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반도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등 정부가 적극 육성하겠다고 지목한 미래 먹거리도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삼성의 경영 위축으로 상당부분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법정 구속됐다.

삼성이 가정한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되면서 당장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5G, AI 등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확장세가 거센 분야들이다.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올해만 30조원 규모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한고비 넘긴다면 TSMC에 버금갈 만한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투자는커녕 당장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앞선 2017년 이 부회의 부재를 한차례 겪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삼성전자가 당장 이 부회장의 부재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총수의 몫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달 30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우리가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언급하며, 치열한 경쟁 속 삼성이 처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2017년 이 부회장 수감으로 이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한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총수 부재 상황을 ‘비극’ ‘장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권 전 회장은 2017년 10월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말하자면 비극”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전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사내 간담회를 통해서도 “과거 삼성이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독특한 기업문화인 ‘총수경영’에 따른 경쟁우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100% 전문경영인 시스템이라 업계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를 못했지만 삼성은 어려운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대미문의 위기인데, 과거에도 그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최고경영자가 큰 방향을 설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역시 지난해 7월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못하고 있다. 성장을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해도 모자랄 위중한 시기에 예정된 투자 말고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직원들 상당수는 현재 TSMC가 삼성전자의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3배를 넘어서며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것 역시 2017년 이 부회장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앞서 이 부회장 부재가 없었다면 관련 계획은 더 일찍 실행돼 TSMC를 지금보다 더 크게 따라잡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며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중 태양전지, 의료기기 등이 투자 적기를 놓쳐 실기했다는 업계의 시각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각 부문별 대표이사이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겠지만, 전략적 의사결정 같은 부분은 지체 돼 장기적으로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술개발, 투자 등이 단 몇 개월만 지체돼도 확 밀려나는 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금 삼성의 위기는 회사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초대형 위기가 될 수 있다”며 “5년 후 10년 후 계획을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암흑기가 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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