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아들·딸에 각각 6만주 증여 지금이 '저점' 자신감으로 해석 친인척에게도 15만주 나눠 증여해 재산 분배에 그친다는 시각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대규모 주식 증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지난해 대비 주가가 170%나 오른 상황에서 처음으로 자녀와 아내에게 직접 지분 증여를 결정했기 때문에, 향후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김 의장의 ‘자신감’을 내비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두 자녀가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승계 절차가 이어진다면 기업가치가 낮을 때 증여 하는 게 세금 절감 차원에서 유리하다.
반면 직계가족 외 친인척들에게도 700억 원대 규모의 지분을 나눠준 것으로 볼 때 재산 분배 성격이 짙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는 김 의장 지배력이 굳건한 집단으로 지분율을 소폭 낮춘 것이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대주주들이 언제든지 시장에 증여받은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주가 변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4000원(0.91%) 오른 44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전일 대비 700원(1.53%)오른 4만6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약 1420억원 규모의 주식(33만주)을 아내와 자녀, 친인척에게 증여했다는 공시가 나오자 시장이 이를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증여한 날짜는 1월 12일로, 당시 카카오 주가는 45만7500원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172% 오른 수준인데, 그럼에도 증여를 결정했다는 건 앞으로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카카오는 올해 자회사 상장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등 수익성이 기대되는 자회사들의 상장을 토대로 외형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메리츠증권·DB금융투자 등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카카오 적정 주가를 50만원대 중후반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의 아들 김상빈 씨가 93년생(29세), 딸 김예빈씨가 95년생(27세)으로 승계에 적당한 나이인 터라 이번 증여로 본격적인 승계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앞으로도 꾸준한 주식 증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낮을 때 증여를 해두는 것이 세금 절감에 유리하다.
반면 이번 증여가 재산 분배의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내와 두 자녀 외에도 11명의 친인척들에게 고루 지분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김 의장은 주식을 기부해 사회공헌에 활용한 사례가 더러 있었다. 카카오는 김 의장의 지배력이 굳건한 기업집단으로, 증여 이후에도 지분율 13.74% 수준으로 지배구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증여한 지분이 시장에 풀릴 경우에는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지분 증여는 김 의장 개인의 결정으로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김 의장의 자녀들은 현재 카카오에서 근무하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승계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