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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전한 허위사실…대법 “공연성 낮으면 명예훼손 아니다”

친구에게 전한 허위사실…대법 “공연성 낮으면 명예훼손 아니다”

기사승인 2021. 01. 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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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가까운 친구와 단둘이 험담…전파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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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발언이 불특정 혹은 다수인에게 전파될 높은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신중히 가려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B씨와 통화를 한 직후, 옆에 있던 친구 C씨에게 B씨에 대한 험담을 했다. A씨는 B씨에 대해 ‘아들이 장애인이다더라’, ‘애인과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가 끊어지지 않아 이를 듣고 있던 B씨는 두 사람간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A씨가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다만 A씨가 B씨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말한 점, B씨가 A씨의 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전파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을 이유로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사람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이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이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무실에서 발언을 할 당시 친구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라며 “A씨와 친구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연성이나 전파 가능성에 대해 검사의 증명을 요구하거나 별다른 심리·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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