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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로 남편을 살해한 것은 무죄” 캐나다 누나부트 최초 판결

“가정폭력 피해로 남편을 살해한 것은 무죄” 캐나다 누나부트 최초 판결

기사승인 2021. 02. 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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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학대를 일삼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이 정당방위로 인정돼 무죄판결을 받았다.

캐나다 누나부트주에 거주하는 산드라라는 여성은 2017년 남편과 다투던 중 가슴을 흉기로 찔러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29세였던 산드라는 임신 29주째였으며 사망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6명의 자녀들을 두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재판에서 산드라는 남편이 수년간 자신을 학대해 왔다고 증언했다. 또 사건이 발생한 날도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위협했으며 이를 막으려다가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결국 산드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산드라의 변호사 앨리슨는 가정폭력으로 일어난 살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 판결을 받은 누나부트주 최초의 판례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기 전 상황을 호전시킬 많은 기회가 있었기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사망한 남편은 지난 2010년부터 산드라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부분 산드라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드라는 “남편이 법정에 나가지 못하도록 자신을 위협했으며 본인과 아이들에게 돌아올 보복이 두려워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담당 판사는 판결에서 “산드라는 수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자신과 뱃속의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정당하게 행동한 것 일뿐”이라며 그 방법 외에 그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판사는 누나부트의 사법제도에 체계적인 결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통계
누나부트주에서 가정폭력으로 신고되는 건수는 다른주보다 월등히 높다/사진=캐나다 통계청 공식 홈페이지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누나부트에서 신고되는 가정폭력 건수는 캐나다 평균보다 10배 가량 많다. 이는 오래된 현상이며 원주민의 식민지화, 이누이트족의 정착, 원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제도 등의 영향으로 벌어진 끔찍한 결과라고 레베카 캐나다 이누이트여성협회장이 전했다.

누나부트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최근에 ‘주’로 영입된 13번째 영토로 알래스카 원주민인 이누이트족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산드라가 거주하던 요아 해븐 지역을 포함해 누나부트주의 70% 지역에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릴 때 대피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는 한계점도 드러났다.

레베카 변호사는 “특히 북쪽에 위치한 지역 특성상, 지역 공동체가 고립돼있고 집들이 과밀하게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몰래 도주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5개의 새로운 이누이트 전용 대피소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누이트 사회는 더 많은 지원과 쉼터가 제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의 검사인 게리 매기는 무죄 판결에 항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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