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호주 거대 와인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중국의 보복

호주 거대 와인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중국의 보복

기사승인 2021. 02. 18. 14: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201224257449
방문객이 지난해 11월 초 중국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장에서 호주 와인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19년 세계 5위 와인 수출국 호주의 물량을 3분의 1 이상 쓸어가던 중국이 돌연 ‘관세 만리장성’을 쌓자 호주 와인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호주 업계는 정치적 보복으로 생긴 관세철폐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17일(현지시간) 와인오스트레일리아 통계를 인용한 미국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으로 수출된 호주산 와인은 거의 제로(0)로 떨어졌다.

11월 이전까지 호주 최대 와인시장이었던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와인오스트레일리아가 파악한 2019년 중국 수출액만 8억4000만달러(약 9288억원)에 이른다. 이는 그 해 호주가 미국·영국·캐나다에 내다 판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중국은 작년 11월 호주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조사의 일환으로 호주산 와인에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와인 생산업체들의 불만에서 비롯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최대 212%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호주의 많은 와인 제조업자들은 이 조치가 중국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와인뿐 아니라 쇠고기와 목재를 포함한 많은 호주 수출품들에 장벽을 치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중국 측에 요구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호주 5세대이동통신(5G) 사업 참여를 막으면서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는 스캇 모리슨 총리가 직접 나서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이나 홍콩 인권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등 중국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호주는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와인 사업을 구축해왔다. 2015년 양국이 호주산 와인에 붙는 14% 관세를 철폐한 뒤 성장은 날개를 달았다. 2008년 7300만달러 선이던 대중국 와인 수출액이 2018년 1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단지 관세 철폐 때문에 호주산이 각광받은 건 아니다. 항저우에서 와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중국 업자는 CNN에 “양국의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호주산 와인이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보다 더 좋기 때문에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한 술에 익숙한 중국 술꾼들에게도 호주 와인이 어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와인 수입업자들의 경우 호주 와인을 칠레산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국의 기 싸움에 등이 터지는 건 업자들이다. 호주 포도밭은 고통 받고 있다. 2020년 중반까지 생산 와인의 96% 이상인 연간 700만병까지 중국 내 소비자들에게 팔던 포도주 제조사인 재럿 화이트는 “11월 이후 한 병도 팔지 못해 한 창고에는 와인 수십만병이 쌓여있다”며 “관세 철폐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포도주 업체인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츠는 경영난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시드니 BIS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숀 랭케이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반덤핑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결정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몫”이라고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CNN은 “상황이 곧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거의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관세가 비교적 빨리 완화되더라도 이 참에 수출 다변화 등 호주 와인산업을 재편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호주 타빌크 와이너리 그룹의 알리스터 퍼브릭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일로 배워야 할 몇 가지 좋은 교훈이 있다”며 “미래에는 호주 와인 제조업자들이 중국이나 단일 시장에 그렇게 크게 의존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