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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백년해로

[아투 유머펀치] 백년해로

기사승인 2021. 02.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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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온 노부부가 모처럼 봄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개울이 나오자 다리가 아팠던 할머니가 업어서 건너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흔쾌히 할머니를 업고 물을 건너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은근히 느꺼운 마음을 “무겁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대신했다. 할아버지가 바로 대답했다. “그럼 무겁고 말고. 머리는 돌이지, 가슴은 절벽이지, 엉덩이는 늙은 호박 같지...”

한참을 말 없이 걷던 할머니가 다시 개울이 나타나자 이번에는 자신이 할아버지를 업어서 건너겠다고 했다. 할머니 등에 업힌 할아버지가 괜스레 겸연쩍은 마음에 역시 “무겁지 않느냐”고 물었다. 할머니가 대답했다. “하나도 안 무겁수. 머리는 텅 비었지, 가슴엔 헛바람만 가득하지, 거시기는 쭈그렁 밤송이지...” 개울을 다 건너 할머니 등에서 내린 할아버지가 실없는 웃음을 토해냈다.

할머니도 덩달아서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산그림자 드리워진 석양길 노부부의 미운정담 고운정담이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수없이 꽃이 지고 물이 여울져 흘러간 무상한 세월에 누가 무겁고 누가 가벼운가. 부부란 낙화유수(落花流水)의 꿈길을 함께 걸으며 사위어가는 것인가. 프랑스 파리에서 살아온 영화배우 윤정희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잉꼬부부’로 유명했다.

백건우는 영화를 좋아했고 윤정희는 클래식에 심취했다. 해외공연도 늘 함께 다닐 정도로 서로가 바늘과 실 같은 필연적인 관계였다. 그런데 올해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가 남편과 딸로부터 방치된 채 홀로 투병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백건우 측과 윤정희 동생들과의 마찰이 일어나고 재산문제까지 거론됐다.

논란의 당사자인 백건우가 귀국했다. ‘슈만’을 주제로 한 국내 앙코르 공연을 위해서다. 그는 “윤정희는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 문제 없다”고 밝혔다. 백건우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린다. 한 작곡가의 생애를 모두 소화해서 무대에 오르곤 했다. 이번 연주도 그렇다고 한다.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의 사랑과 동행, 그리고 아픔은 백건우와 윤정희의 삶과도 교차한다. 노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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