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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아도 실직 걱정… “사실상 노예생활”

매 맞아도 실직 걱정… “사실상 노예생활”

기사승인 2021. 02. 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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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폭언에 우는 경비원·요양보호사
소화기로 맞고 반말 끊이지 않아
관두라고 할까봐 참고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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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 중인 경비원의 모습./연합
경비원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과 폭언이 잇따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노동 실태를 두고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고다자(고르기 쉽고 다르기 쉽고 자르기 쉬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취약한 고용 형태와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여있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기 부천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주차장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휴대전화 모서리로 70대 경비원 B씨의 이마를 내리찍고 소화기로 때렸다. 이후 B씨가 사과를 요구하자 A씨는 “경비원 X 자식아. 또 맞아 볼래”라며 B씨의 허벅지를 발로 찼다. 법원은 특수상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어 법정에서 구속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입주민 C씨는 이중주차 문제로 경비원 D씨를 지속해서 괴롭혔다. 화장실로 끌려가 12분간 감금하고 구타당한 D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D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일부 입주민의 도를 넘는 갑질이 최근 법적 처벌을 받는 추세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리적인 폭행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경비원에게 해고를 암시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은 원인으로는 고용 불안정이 꼽힌다. 현행 기간제법 상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데 55살 이상 고령 노동자는 예외로 친다. 이러다보니 평균 연령이 60~70대인 경비원들은 단기 계약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비원 등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금지하는 공동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70대 E씨는 “아들 뻘 되는 주민이 술 취해 반말하거나 경비실 문을 발로 차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며 “관계가 틀어지거나 밉보이면 관두라는 얘기가 나오니까 웬만하면 그냥 참고 넘긴다”고 하소연 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입주민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응답은 24.4%로 조사됐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경험이 있다’는 의견은 11.1%였다.

권두섭 변호사(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대표)는 “경비원의 경우 길어도 1년에 한 번씩 계약 갱신을 해야 고용 유지가 되는 구조이다. 항상 잘릴 위험에 있다는 것”이라며 “각 지자체에서 3개월 등 단기계약을 못 하게 한다든지, 입주자 대표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서 관리를 강화하는 등 고용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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