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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야담(野談)] 이건희·구자열·정몽진…오디오를 사랑한 CEO들

[재계 야담(野談)] 이건희·구자열·정몽진…오디오를 사랑한 CEO들

기사승인 2021. 0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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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 '경영 영감' 얻는 듯
취미 넘어 사업했으나 성과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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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KCC 회장은 오디오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음향장비 제조업체 실바톤어쿠스틱스 홈페이지 앰프 제품 소개 화면.
재계야담
이달 초 정몽진 KCC회장의 ‘취미 생활’이 의도치 않게 공공연히 세상에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면서다. 지분 100%를 보유했지만 차명 소유한 ‘개인 회사’를 대기업 지정 신고 시 일부러 누락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회사의 이름은 실바톤어쿠스틱스다. 앰프 등 오디오 장비를 주로 제작하며, 마니아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나 있다. 업계에선 고의성이 짙다기보다 ‘오디오 애호가’인 정 회장의 개인 투자 성격으로 봤다. 취미가 집무실 밖을 넘어 비즈니스가 되면서 ‘경영 리스크’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정 회장뿐만 아니다. 전현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중에선 오디오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을 비롯해 최근 한국무역협회장에 선출된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이 있다. 오디오는 기기 자체가 고가라 경영자들이 취미를 대놓고 드러내진 않는 분야다.

CEO들은 왜 오디오에 빠질까. 청각은 오감 중 가장 민감하고 섬세한 분야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쉼 없는 일정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경영 영감’을 얻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대개 이들은 취미로 끝내지 않았다. 사업으로 이어졌고, 성과는 좋지 않았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오디오에 대한 애착이 컸다. 1990년 찍은 사진 속 집무실에 설치된 스피커는 영국 명품 오디오 업체 바워스 앤드 윌킨스(B&W)의 ‘매트릭스 800’이라는 제품으로 당시 화제가 됐다. 이 회장은 1997년 ‘엠퍼러’라는, 염가형도 1000만원이 넘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출시했다가 실패했다. 신격호 회장도 음향에 관심이 많아 오디오 사업을 영위했었다. 1973년 오디오 생산업체인 롯데파이오니아(현 롯데정보통신)를 설립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계열사에 흡수합병됐다. LS家 구자홍 회장의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2016년 B&W 인수 대금을 투자했지만, 인수 회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결정을 혼자서 내려야 하는 CEO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고독한 자리다. 오디오는 ‘번뇌’의 상징물로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야 할 CEO들의 집무실엔 지금 이 순간, 어떤 음악이 흐를까. 사랑할수록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법이다. 취미가 ‘돈’이 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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