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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성전환 강제 전역, 고 변희수 전 하사가 남긴 과제

[뉴스추적] 성전환 강제 전역, 고 변희수 전 하사가 남긴 과제

기사승인 2021. 03. 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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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65% 차별경험…혐오표현 만연
인권위 실태조사, 피해자 97% "온라인서 폭언들어"
성전환자 관련 제도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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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거수경례 하는 변 전 하사의 모습./연합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희수 전 육군 하사(23)가 끝내 여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전역 처분을 당한 변 전 하사의 사례는 성 소수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의 시선, 군 복무 허용 문제 등 수많은 논쟁거리를 던졌다.

숨진 채 발견된 변 전 하사는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최초의 직업 군인이다. 경기 북부 육군 부대에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모든 성 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음경·고환 결손 등을 이유로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고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군의 조치에 불복한 변 전 하사는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 15일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에도 자신을 향한 혐오의 시선과 논란, 소송 준비 등으로 심적 부담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고인은 결국 지난 3일 충북 청주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앞서 ‘논바이너리(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사람) 트랜스젠더’인 김기홍씨(38)도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 오랫동안 쌓인 피로가 있어요. 미안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65.3%가 최근 1년 동안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 넘는 60.1%는 ‘가족들이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모르거나 반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한 곳은 인터넷이 97.1%로 가장 많았다.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의료기관을 이용(21.5%) 하거나 담배 구입·술집 방문(16.4%) 등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혐오와 차별 대우를 받을까봐 포기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성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14년간 7번의 차별금지법 추진이 있었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지지부진한 평등법과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면서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정치권은 앞 다퉈 혐오 발언을 하기에 바빴다. 정부와 여당 역시 뒷짐을 졌다”며 “성소수자에게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이고 저항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혐오의 칼날이 또 한 사람을 베었다”고 규탄했다.

정치권의 더딘 입법 논의에 현실의 벽도 여전히 공고하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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