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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 직원에 퇴임사…“민주주의·법치주의 지키기 위해 사퇴”

윤석열, 검찰 직원에 퇴임사…“민주주의·법치주의 지키기 위해 사퇴”

기사승인 2021. 03. 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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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더 이상 검찰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 붕괴하는 것 볼 수 없어"
윤 총장, 중수청 문제 지적하고 검찰 직원들에 감사의 말 전해
사의 표명<YONHAP NO-3597>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연합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4일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임기를 약 4개월가량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해당 글에서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총장은 “형사사법 제도는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 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며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며 “수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재판을 위한 준비 활동이다.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사안의 난이도, 사회적 중대성,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해 경찰이 수사를 완료하거나 경찰과 검찰이 합동으로 수사하는 경우도 가능하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 소추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심 공소유지까지 담당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경제 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결을 통해 법집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재판 과정에서 힘 있는 자들은 사소한 절차와 증거획득 과정을 문제로 삼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검사는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돼 가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소를 하나로 융합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요 사법 선진국에서도 중대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시도는 사법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검찰이 그동안 수사와 재판을 통해 쌓아온 역량과 경험은 검찰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산”이라며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고 검찰이 해체되면 70여년이나 축적돼 온 국민의 자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특권층의 치외법권 영역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형사법 집행 기능은 국민 전체를 위해 공평하게 작동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검찰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윤 총장은 “새로 시행된 형사사법 제도에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더 혼란스럽고 업무 의욕도 많이 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총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지만 국민만을 생각해,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며 “저는 작년에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 속에서도 직을 지켰다. 여러분이 보내준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총장은 “지금껏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 덕분”이라며 “끝까지 여러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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