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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그래서 봐? 말아? 전 세계 휩쓴 ‘미나리’

[아투★포커스]그래서 봐? 말아? 전 세계 휩쓴 ‘미나리’

기사승인 2021. 03.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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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가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상영중이다./제공=판씨네마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주요 부문까지 노리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상영중입니다. 지난 3일 개봉 이후 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중인데요. 이미 관람했거나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이번 [아투★포커스]는 연예기획부 기자들의 다양한 ‘미나리’ 감상평을 한데 모았습니다. <편집자 주>

※ ‘미나리’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 왜 제목이 ‘미나리’일까?

미나리를 아주 즐겨먹진 않는 아빠(이하 아빠) : 다들 미나리 좋아하나요? 음식으로요.

레고 : 따로 찾아먹을 만큼 좋아하진 않아요. 향이 좀 강해서요.

소바 : 저는 반대로 미나리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미나리전은 김치전만큼 맛있어요.

아빠 : 매운탕이나 삼겹살에 곁들이지 않으면 따로 먹기엔 살짝 애매하죠. 우리도 그런데, 하물며 미국인들은 미나리라는 채소에 낯설지 않겠어요? 한국이란 나라의 로컬적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영리한 작명이죠.

레고 : 한인 이민 가정의 끈질긴 생명력을 미나리로 비유한 제목 같아요. 외국인이 발음하기도 쉽고요. 다만 ‘미나리’라는 소재를 강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약간 강요하는 것 같아 어색한 느낌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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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연(왼쪽)과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부부로 호흡했다./제공=판씨네마
◆ 상을 휩쓴 윤여정, 그리고 다른 출연진의 연기

레고 : 개인적으로 ‘워킹데드’의 굉장한 팬이라 스티븐 연(제이콥 역)이 반가웠어요. 연기는 아쉬운 감이 없진 않았고요.

아빠 :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고생한 배우가 스티븐 연이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영어를 일부러 못하는 것처럼 연기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반대로 서툰 한국어는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고.

소바 : 한예리(모니카 역)의 연기도 주연상 감이죠. 병원에서 나와 제이콥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레고 : 전 순자(윤여정)가 미국으로 왔을 때 반가워하면서 울먹이던 장면, 또 짐 정리를 하면서 울컥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아빠 : 저 역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예전 어머니가 외할머니를 대할 때 모습이 떠올랐어요. “무거운 거 들고 오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나무라면서도 고마워하는 그런 모습이요.

레고 :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듯한 표정이 좋았어요. 미안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공존돼 있단 걸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아빠 : 조금 아쉬웠던 점은 출연진의 극중 얼굴 피부색이죠. 더 까맣게 탔으면 리얼했을 듯 싶어요. 실제로 만나본 재미동포들 대부분은 까맣게 탄 얼굴이었거든요. 그곳 햇볕이 워낙 강한 탓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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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오른쪽)이 ‘미나리’로 받은 연기상 갯수는 무려 30여개에 이른다./제공=판씨네마
레고 : 각종 연기상을 휩쓸고 있는 윤여정 배우의 연기는 대단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대중에겐 익숙한 모습 아닌가요?

아빠 : ‘미나리’의 윤여정은 오랫동안 봐 왔던 ‘그냥 윤여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대단한 내공은 여전했지만, ‘그렇게 새로운 연기인가?’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기만 놓고 보면 한예리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카데미에서 의외로 한예리가 상을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윌 패튼(폴 역)을 다른 영화에서 봤던 사람 있어요? 예전에는 꽤 악랄하고 비열한 이미지의 악역 전문이었어요.

레고 : 뭔가 섬뜩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계속 의심하고 지켜본 인물이에요(웃음).

아빠 : 토머스 제인과 존 트라볼타가 나온 ‘퍼니셔’란 액션영화에서 악당 보스인 트라볼타의 오른팔로 나와요. 주인공 계략에 휘말려 나중에 보스에게 죽는데 인상 많이 안 좋죠.

소바 : 이번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아요. 연기 변신에도 성공한 것 같고요.

아빠 : 한국 감독이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나 혹은 한국 영화에 저만 알고 있는 것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오면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일례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스타 말고도 해리 딘 스탠튼이라고 몇 해전 돌아가신 명배우가 단역으로 나와요. 깜짝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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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에선 종교적 색채가 진하게 배어난다./제공=판씨네마
◆ 종교적 색채, 의도한 걸까

아빠 : 제이콥이란 이름부터 기독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요? 전 교회에 다니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소바: 전 고등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녀서 성경에 대해 조금 알아요. 제이콥은 야곱이고 데이빗은 다윗, 폴(윌 패튼)이 바울이었던 것 같아요. 순자가 물가에 미나리 씨앗을 뿌리고, 그곳에서 뱀을 만나는 것도 성서적인 느낌을 떠오르게 했어요.

아빠 : 제 얄팍한 상식으로 구약성서속 야곱은 형에게 내려진 축복을 가로채서 열두 명의 자식을 낳는데, 그 자식들이 이스라엘 12부족의 조상이죠. 영화속 제이콥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사를 고집하는 모습이 야곱의 사연많은 다산(多産)과 비슷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또 ‘노아의 방주’의 노아도 겹쳐 보이고요. 물론 주관적인 해석이긴 하지만요.

소바 : 폴이 일요일마다 나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걷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성경에서 바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물질적인 것보다는 노동으로 도움을 주고 악령을 물리치는 능력도 타고 났어요. 성경 내용을 바탕에 두고 보면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폴의 엑소시즘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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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 수상 여부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제공=판씨네마
◆ 그래서 종합하자면요

레고 :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상을 이렇게나 많이 받아?’ 하면서 본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기대가 너무 컸어요.

아빠 : 수입·배급사로서는 요즘 같은 시국이 오히려 좋을 것 같아요. 평소 같으면 극장 잡기 어려운 인디 영화니까요. 그나저나 다소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미나리’의 국적을 한 번 따져볼까요? 전 일정 부분 미국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인 이민 가정을 앞세웠지만, 대단히 미국적인 정서로 가득하기 때문이죠. 이를 테면 바퀴 달린 집에 살며 농지를 개간한다? 마차 타고 서부 개척에 나섰던 사람들이 떠오르잖아요.

소바 : 한인 이민자들이 아칸소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인종 차별을 겪는 장면이 등장할 것 같았는데, 그런 장면들이 없어서 미국인들에게도 불편한 감정없이 큰 울림을 준 것 같아요.

아빠 :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미국 영화로 보는 것도 어려워요. 감독과 주요 출연진이 한국인인데다, 작품 내적으로도 한인 이민 가정만의 독특한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나리’는 ‘어느 나라의 영화다’ 할 것없이, 그냥 ‘영화다’라고 결론내고 싶네요. ‘제 2의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게 의미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소바 :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배우들이 미국에서 연기를 하고 상까지 휩쓰는 걸 보면 자부심이 생기긴 해요.

아빠 : 물론 기분이야 좋죠. 하지만 괜한 ‘국뽕’에 취하진 말자고요. 이미 우리나라는 충분히 대중문화 강국이니까요.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이 절 이렇게 바꿔놨네요(웃음). 아무튼 해외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쯤 볼 만하지만, 상업적인 재미라는 측면에서 너무 크게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귀띔해 드리겠습니다.

레고 : 큰 기대 대신 작은 사이즈의 알찬 미국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로 공감되기보단, 이민자의 정서가 더 큰 느낌이에요.

소바: 저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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