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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칼럼] 불공정 부패 사회에는 미래 없다

[홍석빈 칼럼] 불공정 부패 사회에는 미래 없다

기사승인 2021. 03. 1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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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우석대 교수(정치경제학)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교수(정치경제학)
일선 공공기관 임직원과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로 민심이 들끓는다. 내부 정보와 자본을 가진 공권력이 특권을 이용해 반칙을 저질렀다. ‘아싸(outsider)’인 일반 국민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인싸(insider)’인 내부자들이어야지만 저지를 수 있는 범죄다. 현 정권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一家) 사건 등 불공정 사례들이 쌓여오던 차에 불거진 이번 사태는 끝내 민심의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부패는 어느 정권이냐를 가릴 것 없이 숱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적폐 중의 적폐다. 더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의 병폐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문제일지 모른다. 현재도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숨고 가려진 불공정과 부패는 진행 중일 것이다.

“땅은 종대!, 돈은 용기! 끝까지 한번 가 보자!” 영화 ‘강남 1970’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 ‘땅’과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뒤엉킨 아수라적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고아 출신 넝마주이 용기(김래원 분)와 종대(이민호 분)는 어쩌다 건달이 되어 1970년대 한국사회 정치 권력층과 자본 기득권층이 주도했던 강남 부동산개발 이권다툼에 편승해 일확천금을 거머쥐고 조폭 두목급까지 오르게 되지만, 그 엔딩 신은 두 사람 모두의 비참한 죽음이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이 있다. 정권의 레임덕은 내부 측근과 공직사회 관료들의 궤도 일탈로부터 시작된다. 어차피 곧 문 닫을 정권인데 뭐가 무섭겠는가. 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공직사회 곳곳이 이미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면 말짱 도루묵이다. 비록 외양간이 새로 수리된다손 치더라도 그 안에 이미 들어가 있는 인싸들이 “열려라~ 참깨!”라는 반칙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이상 만성적이고 관행화된 부패의 유혹은 쉽게 개선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 맛 들인 버릇과 습관은 여든 살이 되어도 가시지 않는다.

말과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한 치밀하고 세세한 제도적 보완으로 공직사회를 더욱 촘촘히 견제하고,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과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시로, 정기적으로 점검해서 부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볼 때 향후 개헌때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수사권 등 감찰권한을 강화시키는 방안 등에 대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크다.

수백 년, 수천 년의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던 동·서양의 모든 제국들을 멸망시킨 것은 예외 없이 사회공동체에 만연한 ‘불공정과 부패’였다. 오늘 한국 사회에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세대·지역 간 불평등과 불신의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든 것도 곳곳에 만연한 정경유착의 부패다. 부패드라마의 시작은 권력과 자본, 정보를 선점한 사회지도층의 불공정 행위에서 시작돼 코로나19처럼 사회 곳곳에 퍼지는 팬데믹이 되고 급기야 모두가 망하는 것으로 끝난다.

TV드라마 ‘펜트하우스’ ‘스카이캐슬’에는 반칙을 해서라도 1등만 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병적인 강박에 사로잡힌 여러 군상들이 나온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나는 극중의 그들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항변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자문해보자. 내 자식들에게 과연 지금 같은 불공정과 부패의 악순환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가? 기회는 불평등하게, 과정은 불공정하게, 결과는 부정의한 대한민국을 선사해 줄 것인가? 한비자는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고 했다. 지금 세대가 고통을 감내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내면 미래 세대가 평등과 공정, 정의의 세상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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